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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9일 양일에 걸쳐 현대불교신문부설연수원에서 열린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 여름워크숍이 성료됐다. 한국사회에 대한 불교적 진단을 시도한 이번 워크숍은 불교의 참여적 성격을 부각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김성철 동국대 교수(불교학)의 ‘불교의 가르침에 비추어 본 줄기세포 연구’였다. 참석자들은 최근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김 교수의 불교적 고찰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윤영해 동국대 교수(불교학)는 한국 기독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불교 발전의 길을 모색했고, 정기문 강원대 교수(경제무역학부)는 경제운용방식을 불교적 관점에서 조망했다. 또 이동한 충북대 명예교수는 정보화시대에서 불교적 사유가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을 살폈다.
서재영 동국대불교문화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사회의 중심 문제인 ‘도시화’ ‘기술의존적 삶’ ‘소비문화’를 생태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북핵문제와 관련한 분석을 제시했다.
◇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불교적 관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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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관심을 끈 것은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복제인간이 탄생한다 해도 불교의 업 이론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목.
김 교수는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유전자 조작이 문제될 것은 없다”며 “오히려 과거의 미신적 생명관에서 벗어나 무상·무아·공·연기의 진리에 접근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살생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수정란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할 때 중음신이 부착됨으로써 형성되므로 생명체라는 것.
하지만 김 교수는 황우석 교수(서울대 수의학과)의 연구방법에서 사용되는 수정란이 정상적인 수정란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즉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 아닌, 핵이 제거된 난자에 체세포를 주입함으로써 줄기세포를 얻는 황 교수의 연구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수정란은 자궁내벽에 착상도 되지 않을뿐더러 생명체로 발전하지도 않는 유사(類似)수정란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사수정란의 살생은 오늘날 무고하게 죽어가는 실험용 동물이나 가축들에 대한 살생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며 김 교수는 “원칙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육식을 금하고, 동물실험도 모두 중지하는 것이나 그런 최선의 삶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차선책이라 할 수 있는 살생 악업의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제인간에 대해서는 ‘나와 시간을 달리하여 탄생하는 일란성 쌍둥이’로서 ‘신체를 이루는 업종자(業種子)’만 나와 유사한 독립적 인격체로 보면 된다”고 설명하며, “복제 자체의 문제보다는 인간이 장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병욱 고려대 강사가 “불교에는 요의경(了義經)과 불요의경(不了義經)이 있어 중음신에 관해 쉽게 합의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근거로 불교의 죽음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티베트 쫑카파 스님의 견해를 빌면 중음신은 생명과 별개가 아닌 생명의 한 단계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의 성공요인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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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에 따르면 기독교가 한국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는 것은 △기독교를 통해 미국문화를 이식하려는 미국의 책략 △미국에 의해 기독교신자인 이승만이 선택된 정치적 상황 △기독교가 근대문명과 동일시 된 점 △문화적 사대주의 △선교와 사회봉사에 치중한 공로 등이다.
이 가운데 윤 교수는 특히 기독교계의 교육·의료 분야 봉사를 높이 평가했다. 즉 기독교의 고도성장은 한국사회 현안에 기독교가 헌신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 불교 등 전통종교는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독교의 그런 헌신적 노력은 90년대 들어 이기적 욕망충족에 주력하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사회적 이익집단과 다를 바 없는 역기능으로 종교가 외면당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같은 현상이 불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 윤 교수는 “불교가 무소유의 승가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개인적 위안거리 서비스에 안주하며 시대의 불의에 과감하게 맞서 싸우지 못한다면, 그리고 집단적 이기심에서 벗어나 환경·생명·통일·분배 등 사회현안에 헌신하지 못한다면 퇴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토론에서는 문화재관람료, 불교식 통과의례 등 불교계 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문화재관람료와 관련해 한 참가자가 사찰 관광객의 감소로 인해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사찰이 많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윤영해 교수는 “문화재관람료 통합징수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며 부정적 효과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성철 교수는 “에스키모가 전통을 잃게 된 결정적 계기는 캐나다 정부의 지원금이었다”며 “외부의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본연의 생명력은 잃게 된다”는 말로 포교와 수행 등 사찰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경제·환경·정보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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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극단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뜻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본질적으로 소유할 수도 없고, 소유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다”고 해석하며 “어떤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성장제일주의와 관련해서는 윤회사상을 끌어들여 대안을 찾았다. 즉 “생산량의 증가, 물질적 풍요 등 직선적인 성장개념에 따르면 성장제일주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뒤, “윤회의 관점에서 보면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순환이 원활한 건강한 경제”라며 “경제의 순환성을 인식해야 삶의 질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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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연구원은 “도시화가 일회적 소비와 재생불능의 폐기로 이어진다”며 “자연과 동화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템플스테이와 단기출가 등을 통해 불교적 삶의 양식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 대안으로 생태철학자 네스가 제시하고 있는 ‘대자아실현(Self-Realization)에 대해 서 연구원은 “연기적 관계성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타불이적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동체대비의 실천”으로 설명하며 “생명윤리와 자비를 개인적 윤리가 아닌 전체론적이며 생태적인 윤리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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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 고유환 교수는 “한반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은 관계국가들이 제로섬이라는 관점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불교의 가르침인 상생과 공존의 논리가 긴장 완화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