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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눈으로 본 전장터 '로렌조의 밤'
이 영화 어때요?

감독: 파올로 따비아니
출연: 마가리타 로차노
상영시간: 107분 등급: 15세 이상



영화 <로렌조의 밤>의 한 장면.
‘태극기 휘날리며’ ‘진주만’ ‘블랙호크 다운’.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전쟁영화라는 점과 ‘깨지고 부수고 폭발하는’ 식의 정통파 전쟁영화라는 점.

‘로렌조의 밤’은 다르다. 전장터의 대규모 학살’을 동화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전쟁의 포화가 한풀 꺾인 8월 어느 날, 독일군의 지배 아래 놓여 숨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던 마을사람들 사이에 곧 미군이 들어와 독일군을 몰아낼 거라는 소문이 퍼진다. 퇴각을 준비하는 독일군들은 마을을 통째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하며 폭파될 집집마다 녹색 십자가를 그려놓는다. 동요한 사람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한 편은 마을에 남고 다른 한 편은 마을을 떠난다.

엄마와 함께 피난길을 나선 6살 꼬마숙녀 체칠리아는 한밤중에 까만 옷을 입고 하염없이 걷는 일이나 어른들과 함께하는 수박서리, 밀밭에서 벌어지는 파시스트와의 육박전까지 평소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모든 일이 흥미진진하기만 한데….

영화는 등장인물의 클로스업과 멀리서 이들을 찍는 롱숏 장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역사적인 비극을 개인의 주관적 기억으로 담아낸다. 개개인들에게 서로 다른 인상과 기억으로 각인된 역사는 사실적인 기록이 담을 수 없는 삶의 원형질적 생기를 포착한다.

현실과 역사를 중심에 둔 이 작품이 가슴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 초연(硝煙)의 상처가 있는 우리에게 영화의 정서를 공감각적인 동심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노병철 기자 | sasiman@buddhapia.com |
2005-08-09 오후 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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