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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여, TV를 꺼라
불자 세상보기


김징자 칼럼니스트.
딸이 60대의 어머니 얼굴에 한방의 펀치를 날려 눈두덩에 시퍼런 멍이 들게 만든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한 달 전 한국에서도 개봉된 영국 영화 ‘The Mother’에서다.

딸에게 한방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이 ‘어머니’는 얼마 전 남편을 사별한 후 교외에 있는 그들의 집에 도저히 혼자 살 수 없어 런던의 아들집으로 온다. 그러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으로부터의 철저한 소외뿐이다.

‘어머니’가 겨우 마음을 붙일 수 있게 된 상대는 아들의 친구로, 유부남이면서 지금 그의 딸과 열애중인 남자다. ‘어머니’는 딸 못지않게 이 젊은 유부남과 열애에 빠지고 이를 알게 된 딸이 이렇게 ‘어머니’를 향해 한방의 펀치를 날리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동의 하에 딸이 날린 그 한방의 펀치는 어쩌면 영화 속에서 윤리적 균형을 잡아주고 화해의 의미도 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얻어맞아 퍼렇게 멍든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설명할 길 없는 서러움 같은 것이 묻어 나온다.
자, 이제 한국이다.

한국의 공중파 TV공영방송에서 내보낸 일일 드라마에서 맞벌이 부부의 며느리가 느닷없이 시어머니의 뺨을 후려친 장면이 나왔다.
설마 일일 드라마 제작진들이 부모를 패는 영화 ‘어머니’에서 힌트를 얻었을 리 없겠지만, 그리고 스토리가 전혀 달라 비교 대상이 아니라 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나 당일의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노인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데 맞을만했던 ‘어머니’와 달리 아들 부부의 뒷바라지를 해 왔던 한국의 시어머니가 그것도 며느리에게 왜 맞아야 하는가. 그 며느리는 상대가 아기를 돌봐주는 파출부였어도 그렇게 팰 수 없다. 그것은 제재 받아 마땅한 폭력이므로.

방송사의 첫 반응은 ‘현실로 그런 것이 있으므로’였다. 그래 현실에는 그런 것이 있다. 문명의 역사에서 어느 시대인들 엽기와 패륜이 없었겠는가. 현대에서 엽기와 패륜이 증가하고 있음은 인구의 증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구 증가만큼 윤리적으로 정상 기능을 하고 있는 사람 수도 그만큼 많아졌다. 그렇게 늘어난 ‘정상 기능’의 사람들이,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TV화면에서 시어머니 뺨을 때린 며느리를 보고 분개하는 것이다.

오늘날 공영방송의 파행은 끝이 없다.
얼마 전에는 TV생방송에서 두 명의 남자가 홀딱 벗고 성기를 노출한 채 춤추며 무대를 누빈 장면이 나와 지금까지 시끄럽다. 세계의 미디어들은 이를 희한한 토픽뉴스로 전했다. 쏟아지는 비난에 지금은 풀이 죽어 있지만, 이들의 첫 반응은 ‘무대 공연에서도 하던 것으로 일종의 해프닝’이라 했다.

알몸 보여준 일을 예술 수준으로 챙기겠다는 발상이었을 것이다.
해당 인터넷 기사에 ‘노출이 뭐가 나쁜가?’라는 댓 글들이 올라와 이들을 옹호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기존사회의 경직된 사고에 충격을 가하는 이른바 ‘인디밴드’가 아닌가 라는 것이다.

만약 TV프로 제작자들에게 ‘세상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거나, 제도권 비판의 실험정신 운운’하는 식의 의식이 여기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는 성숙한 오늘의 시청자 수준을 깔보는 것이다.
TV프로그램을 소화해 내는 오늘의 시청자들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가치를 평가해 내지 못할 만큼 낮은 수준이 아니다. 높은 음악성과, 부족한 음악성을 충격적 퍼포먼스로 가려보려는 것의 차이도 구별할 줄 안다.

방송프로들의 이러한 파행은, 기존의 가치관을 무조건 뒤집어 허물어뜨리는 것이 큰 변화에 앞장 서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오늘의 사회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그런 착각에 공영방송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징자 칼럼니스트 |
2005-08-06 오후 12:20:00
 
한마디
어머니의 큰 사랑을 우리들이 어찌 다 알겠습니까? 김철종님의 세상은 편안하신가 봅니다. 님의 편안한 세상에서 다른 분들이 슬퍼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앞뒤가 어찌 되었든 이유가 어찌되었든 부모에게 손을 대었다는 장면을 두둔하시는 님의 생각에 충격 받았습니다
(2005-08-12 오전 2:43:17)
65
저는 그 드라마를 알지 못합니다만 앞뒤가 어찌되었든 부모에게 손찌검한다는 장면을 전국민이 보는 드라마로 방영하였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요즘처럼 어른 존경이 없고 시부모알기를 우습게 아는 세상에 그것도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으로 끼워 넣는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입니다. 김철종님께서 말씀하신' 그 장면만 잘라 입맛에 맞게 편집한 신문기사'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자기 합리화에 맞추기 위해서 그 드라마에서 나온 장면을 머릿속에 기억해 놓기도 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한 행동을 반성은 커녕 '그것봐라, 나만 그런게 아니잖아|?' 하면서 위안을 삼고 또한 뻔뻔스럽게 힘없는 노인네들을 구차스럽게 만들게 하는거지요. 이것이 과연 공영방송으로 나가야 할 내용일까요? 김철종님, 님께서는 이런 문제가 없으시겠지만 저 또한 직접 새파란 며느리가 몸도 불구이신 80된 시모를 아무도 없을때마다 구박하고 거실에 나와서 앉아만 있어도 보기 싫게 왜나와 있느냐며 나와 있는 발을 밟고 지나가며 머리 때리고 딸들이 사다드린 간식거리를 감추어 두고 주지 않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드시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진 노모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 왜 딸들이라도 챙기지 못하느냐고 그러시겠지요. 세상의 일이라는 게 어디 그리 말처럼 쉽습니까? 남들이 보면 잘난 아들 유학까지 갔다와서 좋은 직장 있겠다. 며느리 인물 좋아 상냥해 남들이 보면 저 노인네 복 터졌네. 하면서 그러는데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것 아닙니까? 다 늙은 에미 때문에 내 자식들 세상 사람들에게 욕먹이기 싫어서 그 서러운 구박 다 받아가면서 참고 참고 견디는 거...... 어머니의 큰 사랑을 우리들
(2005-08-12 오전 2:36:23)
78
김철종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2005-08-09 오후 3:50:50)
65
그냥 지나치려 했습니다만..저희집은 온가족이 올드미스다이어리(올미다) 팬입니다. 올미다는 지난 8개월이라는 적지않은 기간동안 매회 한번도 빠짐없이 세 할머님들을 주변인물이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노인문제에 대해 깊이있고 따뜻한 감동으로 이끌어온 시트콤입니다. 그런 시트콤이 여론몰이의 희생양으로 아이러니하게 패륜이라는 멍에를 쓰고 방송위에 회부되어 징계를 기다리고 있군요. 한번이라도 올미다를 제대로 보신 분이라면 올미다를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내용을 보아하니 여느 네티즌들처럼 그 장면만 잘라 입맛에 맞게 편집한 신문기사만을 읽고 쓰셨군요. 현대불교 홈페이지에서까지 이런 칼럼을 읽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한지라 다소 허탈합니다._()_
(2005-08-08 오후 7: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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