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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견은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한국의 불교문화재가 일본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줌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야말로 불교계의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줬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장처가 확인된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는 20개국에 7만5천여 점. 이 중 3만5천여 점이 현재 일본에 있다.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은 것까지 따져보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10만여 점이 일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 많은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매우 미흡한 상태다. 일본 소재 한국 문화재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약탈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에 대해 반환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논리와 주장만으로 약탈문화재를 되찾아오기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고 보면, 반환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한국불교문화재 실태조사 및 학술적 연구는 절실하다. 일본에 있는 한국 불교문화재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개인 소장 문화재가 사라져버려도 알 방법이 없다.
정병모 경주대 교수(문화재학)는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 못지않게, 멸실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큰 걱정거리”라며 “활발한 연구를 통해 국제적으로 한국불교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간의 협력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주축으로 해외문화재 현지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조사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 7만5천여 점 가운데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992년부터 지금까지 현지조사한 수량은 7천여 점에 불과하다.
또 소장처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다보니 상대적으로 불교문화재에 집중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도 만족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현지조사 가운데 불교문화재를 집중 조사한 것은 1995년 일본 나라 및 교토 지역 박물관과 사찰 10개소를 대상으로 한국불화 41점을 조사한 것이 유일하다.
따라서 불교미술사를 전공하는 국내 개별 연구자들은 관심사에 따라 직접 해당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연구자료를 축적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그리 여의치 않다. 특히 일본 사찰에 소장된 문화재의 경우 접근이 쉽지 않다.
최성은 덕성여대 교수(미술사)는 “한·일 양국의 국립박물관이나 공공기관 사이에 협력은 원만한 편이나 일본 사찰은 폐쇄적이어서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양국 불교계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면 그 같은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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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불교계가 불교미술을 공동연구한다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고 다양하다.
일본에 있는 한국불교문화재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 미술사 연구를 위한 자료가 증가하는 셈이다. 신대현 사찰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술사 연구에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료의 수량”이라며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증가하면 불교미술 이론 정립에 크게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한·일 불교미술교류관계 확인함으로써 한국불교미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동아시아불교미술사 정립하며 나아가 한·일 불교계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도 공동연구는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