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공식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에 그동안의 심경을 밝힌 불교적인 색채의 자작시를 올려 화제다.
이 시는 말 많고 탈 많았던 텍사스를 떠나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전격 트레이드된 박찬호가 4일 데뷔전을 앞두고 올린 것이라 팬들을 비롯한 매스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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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2월 숭산 스님의 열반 소식이 알려지자 박찬호는 “나에게 산은 푸르고 물은 흐른다는 화두를 던져주신 숭산 스님의 다비식에 가지 못해 슬프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해가 넘어가도 그 화두는 아직 박찬호의 마음속에 남아 시의 한 구절로 표현된 것이다.
박찬호는 진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가 바로 진리라는 성철 스님의 법어 ‘산은 산…’을 시의 처음에, 이어 ‘진정하고 진정한 나 자신 만들어/멋지게 야구하며 살고 싶어라’의 구절을 읊으며 승패에 구애받지 않고 야구하는 그 자체가 좋았던 시절의 한결같은 평상심으로 멋지게 운동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식홈페이지에 꾸준히 수필을 쓰고 팬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편지를 써왔던 박찬호.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부족할 때 노력해서 갖는 희망은 행복하지만 정작 가졌을 때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며 “있으면서도 깨달음이 많아 베푸는 마음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쉽지 않기에 항상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또 “비록 혼자일 때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것은 우리 자신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혼자 있는 시간마다 내 안을 들여다보며 명상한다”고 말했다.
전세계 모든 팬들이 함께 하는 홈페이지에 종교가 불교임을 명확히 밝혀 온 박찬호는 불교신자라고 해서 명상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도 함께 강조한다. 명칭이라는 경계선만 다를 뿐이지 그에게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선이나 명상, 기도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의 시 구절 ‘산은 산 물은 물’에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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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짐작할 수 없는 반전의 야구를 계속하며 마운드에 올라설 때마다 상대를 아웃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공을 던져야 할 지, 상대편 선수는 누가 될 지, 이번에는 몇 점을 따야하는지 등에 대한 잡다한 생각보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공을 던지고 공을 던지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는 초발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아닐는지.
인생에서의 평상심을 노래한 박찬호의 자작시에는 현재 조회수 10352번, 161개의 댓글이 올라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4일 데뷔전에서 난타를 당해야만 했다. 현지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다.
항상 참선을 하며 건강한 정신을 키운다는 박찬호. 벌이 여전히 꽃을 찾아다니듯 박찬호는 아직 야구에의 발길을 멈출 수가 없다. 한 팬이 ‘마운드의 음유시인’이라고 붙인 또 하나의 별명처럼 평상심을 노래한 그의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샌디에이고에서도 새겨지길 기대한다.
다음은 박찬호가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자작시.
<벌은 여전히 꽃을 찾아다닌다>
산은 산 물은 물
여전히 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가네
한결같은 마음들이 날 바라보니
이놈 또한 한결 같이 살아간다
어딜 가든 한결같은 마음 있으니
이놈 잘 붙들고 나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어떤 일에 닥쳐도 서두르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귀인이라 했고
특별히 애쓰지 않는 마음이 바로 평상심이라 했지
평상심 찾고 나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으니
넘치는 자신감 조금 절제하여
진정하고 진정한 나 자신 만들어
멋지게 야구하며 살고 싶어라
내일은 다시 해가 뜨지
나도 내일 다시 던진다
오늘밤 달님은 유난히 내게 밝은 미소주네
고마운 마음으로 달님보고 미소 지으며 깊이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