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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극찬한 차 '동방미인'
대만 아미(峨眉) 지역서 생산, 망종 전후 채엽



최근 중국과 대만의 발효차가 많이 수입 되는 가운데, 동방미인은 그 특이한 이름으로 차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국 왕실에서 즐겨 마시며, ‘벌레가 먹은 찻잎’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색다른 차를 즐기려는 차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동방미인은 어떤 차일까?



차소녹엽선이라는 벌레의 충해를 입은 찻잎으로 만든 동방미인. 흰색 황색 갈색 붉은색 녹색의 다섯 가지 색이 고르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박재완 기자


동방미인이란?

우선 동방미인이라는 차 이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동방미인은 팽풍(膨風) 병풍(?風) 백호오룡(白毫烏龍) 향빈오룡(香檳烏龍)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청나라 말기 신죽차구(新竹茶區)의 한 차농이 충해를 입은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황실에도 공납을 했으나 사람들이 이를 믿지 않고 허풍을 떤다고 해 팽풍(膨風)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한 동방미인은 발효도가 65% 전후의 오룡차(烏龍茶)이며, 찻싹에 있는 솜털인 백호(白毫)가 많기 때문에 백호오룡이라고도 불린다.

이 차가 18세기 이후 영국 왕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동방미인’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름의 유래에 관해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동방에서 온 뛰어난 차’라는 뜻으로 붙였다고도 하고, 이 차를 마시는 사람이 미인이 된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동방미인은 대만 신죽현의 아미(峨眉)와 북포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며 또한 최고품질의 차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차가 봄에 난 싹으로 만드는 것을 으뜸으로 치는 것과 달리, 동방미인은 여름찻잎을 이용한다. 소만(小滿)부터 생산하나 망종(芒種, 양력 6월 6일경에서 하지 전까지의 약 15일간)을 전후로 채엽, 제다한 것의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방미인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소녹엽선(小綠葉蟬, 학명 Empoasca fomosana paoli)’이라는 벌레의 피해를 입은 찻잎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소녹엽선이 즙을 빨아 먹은 찻잎은 끝이 누렇게 변하며 오그라든다. 동방미인은 이 같은 충해를 입은 차나무의 잎을 따서 제다하는데, 찻잎의 색상이 짙고 육질이 두터운 것이 좋다.

제다한 후의 찻잎은 흰색 황색 갈색 붉은색 녹색의 다섯 색이 고르게 어우러진다. 우려낸 찻물은 호박색이며 벌꿀이나 잘 익은 과일향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나 차인들은 물론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어떻게 만드나?>


채엽. 보통 오전 6~7시 혹은 오후 1~5시 사이에 찻잎을 딴다.


1. 채엽: 동방미인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차나무 수종은 청심대묘(靑心大?)이며 채엽은 일반적으로 오전 6시 30분~11시, 오후 1시~5시 사이에 한다. 1창 1기나 1창 2기를 손으로 채취한다.


찻잎을 햇빛에 널어 말리는 일광위조. 약 30분간 실시한다.
2. 일광위조: 찻잎을 햇빛에 널어 말림으로써 수분을 증발시켜 화학작용이 쉽게 일어나도록 하는 단계다. 채반에 얇게 펼쳐 놓아 약 30분간 위조한다.

가볍게 흩트리기를 해 수분이 고르게 증발하도록 한다. 햇빛이 너무 강하면 수분이 고르게 증발하지 않아 발효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조 정도는 손바닥 촉각으로 감지하며 광택이 없고 차분히 가라앉아야 한다.

줄기 부분은 수분증발로 약간 줄어들며 싹과 잎은 시들어진다. 위조 후 중량은 25~30% 정도 감소한다.


실내에서 발효 정도를 조절하는 실내위조.
3. 실내위조: 일광위조의 발효작용을 이어가며 원하는 만큼 발효가 진행되도록 조절하는 단계. 특유의 향과 맛이 나타난다.

25~30℃, 습도 70~80%에서 이뤄지며, 한번 씩 가볍게 흩트리기를 한다. 흩트리기 과정 중 찻잎 가장자리의 세포가 손상돼 발효가 일어나며, 풋내가 없어지고 맑은 향이 난다.

흩트리기 과정에서 채반의 수를 줄여나간다. 총 소요시간은 6~10시간 정도.


흩트리기. 찻잎을 가볍게 흩트리기 해 발효가 고르게 되도록 한다.


4. 초청(살청): 뜨거운 열기로 찻잎 속의 효소를 억제시켜 발효를 멈추게 하는 단계. 굴림통 기계 살청기는 160℃에서 약 6분간, 가마솥 살청기는 8~12분 정도 실시한다.


뜨거운 열기로 찻잎 속의 효소를 억제시키는 살청.


5. 정치회윤(습포회윤): 열기를 서서히 식히고 찻잎의 열 자체로 인한 습기로 발효가 약간 진행된다. 15~20분 정도 진행한다.


찻잎을 보자기에 넣어 찻잎의 형태를 만든다.


6. 유념: 찻잎의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찻잎을 3~5분 정도 2번 유념한다.



찻잎을 꺼내 열풍으로 건조시킨다.
7. 흩트리기 및 건조: 찻잎을 꺼내 흩트리기 한 후 열풍으로 건조시킨다. 1차로 95~100℃에서 건조하고 흩트려 펼쳐 놓는다. 2차 건조는 85~90℃에서 진행한다.

2차 건조 후 40~60분가량 탄량(손으로 부드럽게 펼쳐 쌓아두기)한다. 차 포장 전에 수분으로 인한 발효를 방지하기 위해 재건조를 하고 반드시 열기를 식혀 포장 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8-08 오전 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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