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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은 한국과 티베트를 대표하는 불교 의식 대가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툽텐 스님은 달라이라마가 인정한 규토 사원의 최고 범패승이다.
툽텐 스님을 보자 일운 스님은 합장하며 “지난법련사 모래만다라 전시장에서 툽텐 스님의 밀교 예식을 관람하며 음률이 한국의 범패 가락과 비슷해 놀랐다”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러자 툽텐 스님도 “한국의 범패는 잘 모르지만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정성으로 올리는 예식이니만큼 비슷한 가락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화답했다.
이어 두 스님은 염불당으로 자리를 옮겨 두 나라 불교의식의 계승 교육 방법 등 전반적인 불교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국의 영산재와 티베트의 밀교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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툽텐 스님: 티베트에서도 11세기부터 한국의 영산재와 같은 천도 의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티베트는 49재를 끝으로 영가 천도는 끝이 납니다. 한국처럼 매년 제사를 지내지 않지요. 49일이 지나면 영가는 다시 환생해 우리 이웃으로 태어난다고 믿기 때문에 재를 지내지 않는 대신 부모 형제나 이웃들에게 잘하라고 가르칩니다.
▲ 범패의 소리 발성은 어디서 나오나
일운 스님:한국에서 노래 할때 보통 국악인 민요는 가슴 아래에서 소리를 끌어내는 반면 범패는 제일 아랫배에서 소리를 끌어냅니다. 가장 차원이 높은 발성법이지요. 그래서 득음(得音)을 위해 10년 이상을 연습하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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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범패와 비슷한 부분은 있는가
일운 스님:(실제 소리를 시연하며)지난번 법련사 행사에서 밀교 의식을 들으니까 한국 불교의 안채비 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로왕 보살 마하살’을 외며 돌아가신 영가를 일주문 밖에서 도량으로 모셔올 때 하는 인성 소리가 있는데 그것과 흡사합니다.
툽텐 스님:(스님도 시연하며) 듣고보니 비슷하군요. 아마도 처음에는 천천히 저음으로 나가다 끝에 가서는 굉장히 고음으로 높아져서 그런 분위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 밀교에서는 소리전 목을 풀어주는 ‘허덜품’이 있는가
일운 스님:한국에서는 범패승들이 본 의식에 들어가기 전에 목을 풀어주는 ‘허덜품’ 소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어려운 고음을 낼 때 정확한 소리를 내기 위한 준비발성이지요. 밀교의식에서도 이런 것이 있습니까?
툽텐 스님: 없습니다. 바로 본 의식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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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때 악기 사용은
일운 스님: 한국의 영산재에서는 북, 징과 같은 대사물과 목탁, 요령과 같은 소사물을 의식에 따라 사용합니다. 사물을 쓰는 이유는 악귀중생을 제도하려는 목적에서지요.
툽텐 스님: 대부분 악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의식에 따라 북과 금강저, 요령 정도를 사용합니다. 티베트 의식은 중생을 제도한다는 목적보다는 스님들의 수행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생에게 의식을 통해 베푼다는 개념도 강합니다.
▲ 후진 양성과 교육은
일운 스님: 한국은 영산재를 1973년부터 국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 50호로 지정해 놓고 전통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도 활발한 편이지요. 특히 저희 태고종에서는 옥천범음대와 동방불교대학에서 범패를 가르치고 있는데, 제가 학장으로 있는 옥천범음대에서는 준보유자, 전수교육조교 등 탄탄한 강사진들이 범패승 배출을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툽텐 스님:의식을 배우는데 저는 14년이 걸렸습니다. 규토 사원에서는 특별한 교육기관이 있질 않습니다. 스승과 마주앉아 득음할 때까지 1:1 지도를 받습니다. 보통 저희 사원에는 2백명 정도의 범패승들이 있는데, 이중에서 선발된 다섯명 중에서 다시 달라이 라마가 최종 1명을 뽑습니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인간문화재 같은 개념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