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씨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66년 해병대 청룡부대 소대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매일같이 부하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야겠다는 생각에 시를 써서 신문에 발표하고 방송에서 직접 낭송하기도 했다. 제대 후 금융계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면서도 김씨는 시작(詩作)활동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하지만 시를 지면에 발표한다거나 등단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의 시작활동이 습작노트를 벗어나 활자화된 것은 불교와의 인연이 시작되면서부터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불자 부인의 영향으로 3년 전부터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안국선원 수불 스님에게서 은암(隱庵)이란 법명을 받았고 올 초에는 <불교문예>로 정식 등단도 했다.
“불교 공부를 하면서 매일같이 불교 경전이나 불교 관련 서적을 읽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불교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문학인은 많은데 불교문학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시집을 펴내게 됐습니다.”
시집 제목과 같은 제목의 시 ‘이별연습 그리고 기다림’은 성지순례를 떠나는 아내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쓴 시다.
“언젠가 이별연습에 익숙해지면/ 그 때는 정말 혼자 외로움에 지쳐/ 기다리는 마음이 바다 같으면 어찌할까/ 공항 쪽 산 너머 가을바람에/ 하얀 손길을 띄우고 돌아선다” (이별연습 그리고 기다림 中)
| ||||
전문적으로 시 배운 적 없는 김씨의 시는 어려운 단어나 낯선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일상의 언어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 시를 보고 ‘저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듯이 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습니다. 이번 시집이 각자의 시심을 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김씨는 그동안의 습작시들을 다듬어 내년 5월쯤 두 번째 시집으로 묶는 한편 매주 쓰고 있는 안국칼럼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