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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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최고로 사랑하세요"
[종합] 마곡사 제4차 가족명상 템플스테이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장마 뒤 불볕더위가 한창이던 7월 22일~24일 12가족 47명이 마곡사를 찾았다. 가족을 위한 제4차 마곡사 여름 자비명상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한데 모여 먹고, 자고, 예불을 올리며 ‘참가자’라는 또 다른 가족을 이루어 사흘을 지냈다.


#느림의 미학 배우기



처음으로 삼배를 해보는 아이의 얼굴이 밝기만 하다
열 두 가족이 연화당에 모여 앉은 템플스테이 첫째 날. 각 가족의 특징을 보여주는 가족이름과 개인 별칭을 지은 참가자들은 서로 어색함을 깨기 위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에서 오셨어요? 저희 가족은 분당에서 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108배나 발우공양 같은 프로그램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도 큰일이고…. 하지만 서로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가족들을 끌고 왔어요.”(곡우: 기사에서 나오는 이름들은 마곡사 템플스테이에서 사용한 별칭임)

“우리가족에게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빠르고 자극적인 것만 찾잖아요. 정적인 것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죠. 하지만 이번 템플스테이를 통해 아이들이 ‘느림의 미학’도 배웠으면 좋겠어요.”(빛)

걱정 반 설레임 반인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도심을 떠나서 자연 속에 들어온 것도, 절에서 생활하는 것도 처음이다. 법당에 들어온 풍뎅이를 건드리던 10살의 달빛양은 아빠에게 “절에서는 곤충 괴롭히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다. ‘행복’ 가족의 가장인 지킴이씨는 툇마루를 뛰어가던 자녀들에게 법당 예절법을 알려주어야 했다. “절 안을 거닐 때는 배 앞에 양손을 가지런히 포개서 차수(叉手)하고, 법당을 드나들 때는 옆으로 들어가서 합장 반배를 하는 거란다.”

몇몇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들은 ‘대중생활도 수행의 일부’로 여기는 절집 전통에 따라 “3일 동안 온 가족이 법당에 모여서 생활해야 한다”는 말에 당황해했다. 다른 가족들과 함께 밥 먹고 잠을 자는 생활. 조금만 싸워도, 조금만 상대가 언성을 높여도 바로 표시가 나 버린다. 편할 리가 없다. 중학생인 마쿠군(별칭)은 “평소에는 우리 식구끼리도 각자 자기 방에서 지내고 서로 마주칠 시간이 적기 때문에 이렇게 지내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밝히며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여러 가족과 한 공간에서 지내면서, 다른 사람은 같은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 단점 이야기하며 하나되기



자녀를 끌어안으며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한다
둘째 날, 본격적으로 절 생활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무심코 상처 주며 지내왔던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가족들과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갔다.

참가자들은‘감사ㆍ사랑ㆍ보은’ 프로그램 시간에 “가족에게 평소 가장 하고 싶었던 것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들의 장점을 그림으로 표현해보세요”라는 원광대학교 예술치료학과 김인선 교수의 지시에 따라 부지런히 도화지에 그림을 그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비슷한 점으로 고민하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그림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사랑’ 가족의 ‘평화’씨는 “가족의 장단점을 생각해보는 동안 새삼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모레가 남편 생일인데 그동안 (남편의 고향 방식인) 이북식 닭곰탕 한번 못 끓여줘 봤다”며 “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울먹이는 아내. “언제나 아토피 때문에 걱정하는 엄마 마음을 알면서도 불량식품을 먹고서 탈이 났던 거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아이.

가족의 특징을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는 아이들
신기한 것은 그림을 그리니까 말로 할 때보다 더욱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쉽다는 점이다. 청기와 가족은 “평소 부부 성격이 예민해서 서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들 그림에도 그것이 반영된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 동안 알면서도 못 고쳤는데 이제는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산행을 할 때도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는 부부, 계곡에서 흙발을 정성스럽게 서로 씻겨주는 아이들…. 가족은 어느새 가장 중요한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진행자 마가 스님은 “오늘이 바로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랑하라”고 주문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바로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상대방에게 최고의 사랑과 최고의 감사를 보내라”고 독려했다.



#마음 표현하면 행복해집니다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아버지의 울퉁불퉁한 발을 씻겨주는 가족들
내일이 되면 늦기에 지금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절정에 이른 것은 마지막 날이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시간, 참가자들은 각 가족 구성원의 칭찬받을 점 열 가지를 적어 눈을 감고 있는 상대방에게 읽어주었다.
“여보, 늘 친정도 잘 챙겨줘서 정말로 고마워.” “그동안 날 아낌없이 사랑해줘서 고맙소, 당신이 없으면 내겐 아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서로의 장점을 칭찬한 ‘하늘 땅’ 가족의 부부 ‘꾀꼬리’씨와 ‘종달새’씨는 “경건한 마음으로 읽으니 결혼식 날 선생님의 주례사를 듣던 때의 기분이 되살아난다”고 말하며 웃었다. 평소에는 눈을 마주치기도 쑥스러워했던 부부지만, 오히려 자녀 비둘기양은 “엄마 아빠가 서로 아껴주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헤어지기 전의 마지막 프로그램 시간, 참가자들은 전원이 서로에게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진정으로 가족들과 함께 늘 기쁘고 화목하시기를” 기원하며 삼배를 올렸다. ‘바람과 물’ 가족의 춘희씨는 눈가를 훔치며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사랑도 할 줄 안다는 말대로, 여러분의 사랑과 기원을 받았으니 열심히 가족에게 표현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작할 때는 어색했지만 어느새 이웃사촌이 된 참가자들. 이제 생활현장으로 돌아갈 그들의 가슴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글귀가 새겨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야한다.


‘날마다 좋은날’, <벽암록> 중에서

이곳을 클릭하시면: 마곡사 템플스테이 홈페이지 가기
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5-07-29 오후 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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