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0년을 맞은 올 해 백두산 관광길이 열린다. 우리 땅 밟고 민족의 성산을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제의 침탈과 분단으로 얼룩진 20세기 민족사를 뒤로 하고, 21세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준비하는 한민족에게 이 소식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중국땅을 통해 오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왜 그 먼 길을 돌아서 올라야 하는 지 말이다. 그리고 언제쯤 우리땅을 딛고 오를 수 있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8월 말 시범관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우리땅 백두의 가을 천지와 단풍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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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의 언덕을 오르는 모든 이들은 ‘마음 속의 통일’을 곧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민족에게 백두산은 단순한 등산 코스가 아니라 그 이상의 숭고한 대상이다. 우리에게 백두산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민족의 수난과 영광을 묵묵히 지켜봐 온 큰 언덕이기도 하다. 따라서 백두산 관광길이 열린다는 것은 민족의 수난에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금강산관광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맛보고 있다. 수많은 남녘 사람들이 금강산에 족적을 남기고 있다. 아름다운 산하를 보고 그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허전하다. 이제 백두산을 오르면서 우리는 온전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포공항을 떠나 북녘땅 순안, 삼지연공항을 거쳐 백두밀림을 북녘의 동포들과 오르내릴 때, 민족의 동질성은 좀 더 완결적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우리 개개인 분단의 상처는 새살이 돋아나 말끔히 치유될 것이다.
백두산관광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한 두 가지 짚고 넘어갈 것들이 있다. 우선 금강산관광에서도 경험했지만, 남북간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관광이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백두산관광 자체가 북한 내부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니 만큼 북한체제가 갖는 부담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백두산관광은 관광 자체를 넘는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남북한 당국이 소중히 가꿔가야 하는 자산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삼지연공항 시설 등의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 가능성 또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북한은 식량난 속에서도 백두산을 자연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민족 최고의 자연 자산을 관리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소한의 조심스런 친환경적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향후 민족생태공원으로 유지시켜 남북한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키우는 학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백두산관광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남북한 당국은 금강산관광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백두산관광에서 되풀이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지만 세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교류협력사업의 모범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백두의 언덕이 분단의 상처를 아우르는 평화와 통일의 상징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해방 60년을 맞는 지금, 백두산관광 실현은 분명 최고의 낭보이다. 8월의 태양 아래 발길은 벌써 천지에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