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토요일, 다가올 무더위를 예고하는 빗줄기가 간간히 흩뿌리는 가운데도 해인사를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일주문을 지나 봉황문, 불이문이 나타나고, 화엄도량의 면모가 눈앞에 확연히 드러난다.
“이곳이 바로 해인사구나. 그런데 도대체 팔만대장경은 어디 있지?”
해인사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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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종합홍보관이다.
활짝 열린 문에는 해인사와 고려팔만대장경 주말 특별안내에 대한 알림판이 있다. 토·일요일 오전 10시, 12시 30분, 오후 2시, 오후4시에 가야산국립공원 자연환경안내원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안내한다. 홍보관에서 자료와 영상물을 보고나면 해인사 최고의 탐방코스가 될 것이라는 소개다.
처음 해인사를 찾은 탐방객들은 종합홍보관에 대한 호기심과 안도감으로 기웃기웃 안으로 들어갔다.
◇ 해인(海印)의 뜻을 아시나요?
“해인사에서 해인(海印)의 뜻이 뭔 줄 아니?” 홍보관에 들어서자마자 양경철(32·합천 야천리)씨가 친구들에게 대뜸 물었다.
“해인은 일렁임이 없는 바다에 만물의 형상이 그대로 비치는 것과 같이 번뇌가 없는 마음에는 만물의 이치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화엄경의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비롯된거래.”
해인사에 처음 온 안효성(32·서울 서초동)씨의 눈이 커졌다. 해인사에 왔으면 해인의 뜻은 알고 가야 하는데 친구가 어떻게 알았을까? 감탄하는 눈빛이다. 고등학교 때 해인사를 다녀간 적 있는 안희수(31·경남 사천)씨도 처음 듣는 소리다.
며칠전 해인사 홍보관을 다녀갔던 양경철씨가 씨익 웃으며 벽면에 걸린 해인사 안내판을 가리켰다. 눈 덮힌 해인사의 절경, 매화꽃이 흐드러진 경학원 등 해인사의 멋진 풍광을 담은 사진과 해인사의 창건, 산내암자, 가야산에 대한 안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거잖아. 저기 원당암에도 한번 가보자.” 효성씨는 해인사 탐방코스를 잡기도 했다.
◇ '장경 보존' 8백년의 비밀이 궁금해요
“팔만대장경을 자작나무로 만들었구나. 정말 이렇게 조각을 했을까?” 홍보관을 둘러보던 양은현(33·경기도 하남)씨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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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관 안내 도우미 신세정(30)씨가 얼른 나섰다. 홍보관에 모인 10여명의 탐방객이 모두 흥미있는 눈빛으로 설명에 집중했다.
“팔만대장경이 800여년 동안 썩지 않고 보존이 된 것도 불가사의한 것입니다. 영상실에서 팔만대장경 보존의 비밀에 대한 8분짜리 DVD를 상영합니다.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세정씨가 영상실로 안내를 했다.
몇 해전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고 실망을 했다는 황미희(37·대구 시지동)씨는 “DVD를 보고 팔만대장경의 진정한 가치를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오늘 팔만대장경의 진정한 가치를 찬찬히 살펴보고 느껴볼 예정이다. 황씨는 이제야 보물을 보는 눈을 조금 갖게 됐다며 기뻐했다.
◇ 인터넷 검색, 해인사관련서적 한눈에
홍보관에 들어서면 한눈에 띄는 것이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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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켠에는 해인사 관련 서적을 모두 모아 놓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부터 한글팔만대장경까지 갖춰져 있고, 해인사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엽서들도 전시돼 있다.
해인사는 종합홍보관을 해인사를 찾는 이들에게 불교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는 물론, 해인사를 대표하는 다양한 기념품 전시도 생각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쇄문화발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팔만대장경이 있는 만큼 인경체험장 등을 두어 인쇄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으로의 활용까지도 구상중이다.
◇ 올바른 사찰탐방문화의 정착 필요
해인사 홍보관은 지난 5월 1일 문을 열었다. 팔만대장경 보존을 위해 5월 1일부터 장경판전 개방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면서 팔만대장경을 직접 보지 못한 탐방객을 위해 마련한 것. 그러나 해인사 종합홍보관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가진다. 올바른 사찰탐방문화를 이끌고 정착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해인사는 한국의 대표 사찰로 수많은 선지식을 배출한 불교성지이며 강원 율원 선원 염불원을 갖춘 종합수행도량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관광객으로 관광 사찰로의 전락 위기를 맞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가꿔온 한국불교 고유의 정신문화를 모두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심각히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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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계에는 자신들의 고유문화와 정신을 지키기 위해 외국인들에게조차 규제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또, 탐방시간 제한은 당연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오히려 수많은 외국인들이 세계문호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이대로 방치하는데 대해 의구심을 가질 정도다.
해인사 홍보국장 종현 스님은 “이제 우리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귀하게 여길 줄 알고 문화재에 담긴 정신을 느끼고 계승할 수 있도록 국민의식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 더 많은 준비로 더 큰 일 할 터
해인사가 종합홍보관이 문을 연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모든 운영이 훌륭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을 뿐이기에 많은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해인사 관련 동영상도 부족하고 안내 자료도 미흡하다. 전문화된 안내 인력은 더욱 준비되어 있지 않다. 동영상에 외국어 자막이 없다는 것도 지적됐다. 그리고 해인사의 전반적인 운영과 맞물려 가면서 포교까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우리문화재를 지키고 올바른 사찰탐방문화를 이끌어 한국불교의 고유한 정신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첫발이기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먼 미래 오늘날 해인사의 작지만 힘겹게 띈 첫걸음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해인사의 걸음마가 성숙될 즈음에는 우리의 문화수준이 한층 높이 올라가 있을 것이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종합홍보관이 제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불교문화재와 한국불교의 정신을 사랑하는 따뜻한 시각에서 많은 조언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