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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이름에는 ‘양주회암사무학대사부도(가칭)’와 같이 ‘무학대사’가 명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부도의 주인공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사(지)부도’라 불리는 부도들의 명칭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도란 고승의 가르침을 기리기 위해 사리를 모셔 조영한 승탑이므로, 이름에 주인공을 명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문화재로 지정된 부도의 주인공은 선문의 개산조를 비롯해 한국불교사의 대표적인 고승대덕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이름은 사찰의 전통과 특성을 드러내주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칭이 결정된 무학대사부도를 소유하고 있는 회암사(주지 각원)에는 고려말·조선초의 대표적 승려인 지공·나옹·무학스님의 부도가 모여 있다.
하지만 ‘지공선사부도(경기유형문화재 제49호)’ ‘나옹선사부도(경기유형문화재 제50호)’와 달리 무학대사부도만은 ‘회암사지부도’로 불림으로써 오랜 기간 회암사에 주석하며 왕사의 역할을 수행한 무학대사의 자취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점을 아쉬워한 봉선사측은 △부도의 주인공이 밝혀질 경우 그 승려의 이름을 명칭에 반영하는 것이 명명의 원칙이라는 점 △3대화상 가운데 무학대사의 이름만이 문화재명칭에서 빠져있는 점 △회암사지의 ‘회암사지부도탑(경기유형문화재 제52호)’과 혼동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지난해 3월경 양주시청에 명칭 변경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5월경 다시 문화재청에 민원을 냈고, 해를 넘겨 7월 5일에서야 문화재청으로부터 민원 수용결정 사실을 통보받았다. 다만 정확한 명칭은 현재 작업 중인 ‘문화재명칭부여기준’ 마련 후, 확정될 예정이다.
봉선사측이 명칭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만도 1년 남짓한 기간이 소요된 데서 알 수 있듯 문화재의 명칭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변경을 요구하는 측은 주장을 확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제시해야 하고, 이를 심의하는 문화재청 또한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그 자료의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하기 때문이다.
명칭변경의 절차는 문화재지정 절차와 거의 같다. 즉 변경요구를 접수하면 문화재위원회가 이를 검토한다. 여기서 명칭변경이 결정되면, 그 사실을 관보에 게재해 의견을 수렴한다. 수렴기간이 지나면 다시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변경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이를 관보에 고시하는 일련의 절차를 밟게 된다.
무학대사부도의 경우 아직 명칭조차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명칭이 확정되고 고시되기까지는 앞으로도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이 명칭변경을 원칙적으로 수용한 것은 문화재 제자리 찾기 차원에서 좋은 선례라는 지적이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학대사부도처럼 주인공이 분명히 밝혀져 있음에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사(지)부도’로 불리는 부도는, 지정문화재로 관리되는 부도(부도군 포함) 133건 가운데 5건이나 된다. 하동 쌍계사부도(보물 제380호), 양양 선림원지부도(보물 제447호), 석조부도(보물 제351호, 이화여대소장), 강릉 굴산사지부도(보물 제85호), 울진 불영사부도(경북문화재자료 제162호), 천안 광덕사부도(충남문화재자료 제253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화재청 홈페이지(www.ocp.go.kr)에 따르면 쌍계사부도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범패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진감선사이고, 선림원지부도는 홍각선사, 이화여대소장 석조부도는 대경화상, 강릉 굴산사지부도는 범일국사, 불영사부도는 양성당선사의 것이다. 또 광덕사부도는 진산화상의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고승의 당호를 명칭에 반영하는 데 무관심한 문화재청의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무관심하기로는 불교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같은 무성의한 이름붙이기의 결과, ‘석조부도’라는 똑같은 이름의 부도가 이화여대 1점, 경북대박물관에 2점(보물 제135·258호) 등 총 3점이나 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광덕사부도’라는 이름 또한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진산화상의 부도 외에도 충남유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된 부도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쯤이면 문화재명칭으로서의 기능마저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봉선사의 이번 민원을 주도한 혜문 스님은 “고승 대덕의 부도에 바른 이름을 찾아주는 것은 사찰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다름 아니다”며 “불교계가 부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