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스님은 처음 아랍 제국을 다녀온 동양인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인입니다. 비행기도 자동차도, 아니 자전거조차 없던 서기 720년대의 먼 옛날에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다시 중국에서 인도로 가서 그 전역을 도보 순례한 혜초 스님은 정말 위대한 탐험가이자 수행자라고 생각합니다.”
| ||||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승려 혜초(704~787)의 인도 기행문으로, 1908년 둔황석굴에 두루마리 형태로 축약본 일부가 남아있던 것을 프랑스의 탐험가 펠리오가 발견했다. 원본은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상태.
김 소장이 이번 책 출간을 위해 다닌 곳만도 12개국이 넘는다. 무려 10여년간 20여회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책도 순례여정에 맞게 로드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 책은 각주마다 ‘가이드 포인트’ 코너를 두어 지은이가 순례한 여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순례 도전용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 ||||
이 책 속에는 기존의 학설을 뒤엎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순례중에 혜초 스님의 열반지가 건원보리사가 아닌 중국 오대산 금각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동안 혜초 스님이 <천발대교왕경>을 번역, 서문을 쓰고 여생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오대산 건원보리사(乾元菩提寺)는 금각사(金閣寺)의 별칭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 ||||
이외에도 1300년이 지난 순례지를 따라가며 지은이가 재해석한 흔적은 책 곳곳에서 살아 숨쉰다. 가령 인도의 라즈기르와 쿠시나가르 사이를 통과하려면 나란다대학을 거쳐야 하는데 혜초 스님은 이 대학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지은이는 혜초 스님이 나란다대학의 입학 시험에서 낙방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혜초 스님의 은사가 나란다대학 출신의 불공 삼장 스님인데 은사의 대학을 지나가면서 책 속에 이 대학을 한줄도 소개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장 스님의 <대당서역기>에 나란다대학의 입학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힘들다고 돼 있어 분명 스승의 영향을 받은 혜초 스님이 입학 시험을 치렀으나 떨어져 소개하지 않았다고 재미있는 해석을 제기했다.
김 소장은 그동안 순례를 하면서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아프카니스탄 바미얀 석굴을 여행하다가 총ㅊ탄 세례를 받기도 했으며, 인도에서는 강도를 만나 소지품을 강탈당하기도 일쑤였다. 또 아프카니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비자문제 때문에 다시 3만리를 되돌아가 항공편으로 우즈베키스탄 순례를 하기도 했다.
| ||||
성균관대학교와 해인불교 전문강원을 나와 북경중앙미술대에서 수인목판화를 전공했으며, 라싸의 티베트대학에서 만다라와 탕카를 연구했다. 저서로는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 <티베트 역사산책> <티베트의 사계> 등이 있으며 올 가을에는 티베트의 이상향을 주제로 한 <샴발라>를 출간할 계획이다. 또한 김 소장은 ‘왕오천축국전’과 관련된 로드다큐멘터리와 음반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한편 김 소장은 남양주 봉선사에서 7월 23일 <혜초따라 5만리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 <혜초따라 5만리 상ㆍ하권>
김규현 지음
여시아문 펴냄/각권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