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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아름다움 '만다라'
달라이 라마 동북아사무소 한국지부 개소 기념展

7월 15일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열린 모래 만다라 특별전에서 만다라 조성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티베트 스님.
20여점의 탕카가 내걸린 전시실 한 가운데 놓인 동그란 탁자. 그 위에는 흡사 복잡한 설계도면을 연상케 하는 만다라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5명의 티베트 스님들은 하얀 마스크를 두르고 정교한 문양 사이로 색색의 모래알을 뿌린다. ‘착퍼(Chakpur)’라는 긴 깔대기 끝을 사각사각 부빌 때마다 고운 색을 입은 모래알이 소리도 없이 도면 위에 내려앉는다. 생각지 못한 움직임에 모래알이 날아갈세라 숨도 잡념도 모두 죽이고 오직 착터 끝 모래알에만 시선을 고정시키는 스님들.

달라이 라마 동북아사무소 한국지부 개소를 기념해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02-733-5322)에서 15일부터 21일까지 조성되고 있는 ‘모래 만다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연등축제 등의 행사를 통해 소규모 모래 만다라 조성 시연을 선보인 것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티베트 전통 사원의 스님들에 의해 무려 7일 간에 걸쳐 진행되는 대형 만다라 제작을 공개한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티베트 스님들의 수행의 방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모래 만다라 제작. 그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 어떤 과정에 의해 진행될까?

초펠 스님은 15일 열린 모래 만다라 개막전에서 “만다라는 사바세계에서 접할 수 없는 ‘불보살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달라이 라마는 만다라를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믿기도 한다. 그래서 만다라 조성은 단순히 예술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티베트 스님들은 만다라의 도상은 불법을 깊이 이해하고 체화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의 형상을 이루는 작업은 깨달음을 얻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규토사원 스님들이 모래 만다라 제작에 앞서 특별 예불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만다라 의식에 앞서 염불과 기도, 그리고 명상이 우선된다. 만다라 그리는 곳을 성화(聖化)하기 위한 예식의 일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도 다람살라 내 규토 사원의 티베트 스님들이 직접 예불을 진행한 이후 만다라 제작 작업을 시작했다. 의식 후에는 여러 도구를 이용해 만다라의 정교한 문양을 연필로 그려 넣었다. 제작에 앞선 의식, 그리고 밑그림 작업이 모두 만다라 조성 과정의 일부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나,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 과정이 전시 개막에 하루 앞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15일 전시장에 다시 나타난 티베트 스님들은 미리 작업한 밑그림 위에 색색의 모래를 채우기 시작했다. 전통 만다라에서는 황금과 산호, 진주 등 적ㆍ청ㆍ황ㆍ녹ㆍ백의 다섯 가지 귀한 재료를 썼지만, 요즘은 옥석가루에 색을 입혀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얇고 꺼끌꺼끌한 착퍼의 표면을 쇠막대기로 부비면 그 진동에 의해 깔대기 속의 모래가 조금씩 밖으로 나온다.

색을 채우는 작업은 21일까지 6일동안 계속된다. 그러나 그 작업이 궁극 목표가 아니다. 스님들은 완성된 만다라를 봉헌하는 예식을 진행한 후에, 그 모래를 모두 허물어 버린다. 만다라를 완성한다는 것은 형상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7월 15일 법련사에서 열린 <모래만다라>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한 내빈들.
이 세상 그 무엇도 고정되어 불변하는 것은 없다. 아름다움 역시 마찬가지다. 만다라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마지막 의식은 그 모래들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만다라 제작 과정을 통해 불보살의 세계에 닿은 모래를 항아리에 담아 강으로 흘려보낸다. 그 모래가 세상 곳곳에서 부처님의 가피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에다. 21일 까지 법련사에서 제작되는 만다라와, 25~29일 봉은사(02-511-6070)에서 조성되는 만다라 모두 강으로, 바다로 전해질 것이다. 불국토 실현의 소망은 그렇게 이어진다.

이곳을 클릭하시면: 부다피아 달라이라마 만다라전 홈페이지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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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신재 기자ㆍ사진=고영배 기자 |
2005-07-18 오후 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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