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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시대 ‘고대책’ 없나?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송일호 교수.
국내 원유(原油)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서자 정부와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고유가는 실물 경제 전반에 비용을 상승시키고, 무역수지와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키게 된다. 수출의존도가 큰 국내기업들은 따라서 당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실증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가가 10%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의 0.5% 내외에 해당하는 실질구매력이 위축되고 경상수지도 20억 달러 정도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반면 소비자 물가는 0.1%포인트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원유가격이 5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19%포인트 둔화되고, 소비자물가 지수는 0.68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로 인해 상반기 성장률마저 낮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목욕탕과 찜질방 주유소 등에 대한 강제 휴무제를 실시하고 할인점 등에 야간 영업 제한 등 강제 에너지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정부의 에너지 소비억제정책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강제 에너지 정책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소비심리만 위축시킬 뿐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의 강제 에너지 정책이 고유가를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일 수는 없다. 할인매장 영업제한은 오히려 경기(景氣)회복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소비수요억제 정책 보다는 유가에 포함되는 세금조정 등을 통해 서민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소비심리가 위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에너지 가격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고유가는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고, 유가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공급 불안과 중국 등의 수요 증가가 고유가를 촉발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석유자원의 고갈 위기와 관련이 있다.

국가적 과제로 등장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개선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체에너지개발에 대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고 에너지절약시설 지원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자면 정부가 앞장서고 산업계와 국민이 적극 호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원자력발전소 사업은 원전 반대운동에 발목 잡히고,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하나 건설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는 상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확대는 세계적 추세가 되어 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원전 건립을 위한 법안을 차례로 통과시키고 있다. 원전건립이 금지됐던 독일에서 조차 차기 선거결과에 따라 이 규제를 풀 수 있다고 밝히는 실정이다. 원자력은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업과 국가경쟁력과도 이어지게 된다. 우리도 대체에너지 차원에서 원전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울러 정부는 당장 해외로부터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민간과 함께 자원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의 인수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책 못지않게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이 고유가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임을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송일호(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2005-07-18 오전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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