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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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모두 평안한 공간 꿈꾼다
새 단장한 진주 안락공원 장례서비스 현장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안락공원 직원들의 친절.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이별이 이뤄지는 곳, 화장장. 7월 13일 진주 안락공원(이사장 불산)에서는 그 이별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애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으랴. 아무리 장수를 누리다 떠난 망자라 해도 살아남은 이들에겐 ‘아픈 이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 앞에선 삶과 죽음이 둘 아니라는 명제는 허울 좋은 철학일 뿐, 망자를 온 곳으로 돌려보내는 의식은 언제나 높은 오열과 흐느낌으로 힘겹기만 하다.

상복에 몸을 의지한 듯 맥이 풀리고 때론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는 유족들 옆에 소리 없이 다가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말끔한 복장과 조용하면서도 신속한 일처리로 유가족들의 이별 의식을 돕는 이들은 바로 안락공원의 직원들. 이들은 장의차가 안락공원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열어주는 숭고한 의식인 듯 화장 의식을 조용하고도 엄숙하게 이끌어간다. 유족의 슬픔이 극에 달하고 조그만 실수에도 마음을 상하게 되는 터라 일하는 이들 모두는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 또 조심하며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 주고 있었다.

안락공원 직원들의 90도 허리 굽히기 인사.

유족들.


7월 11일,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을 헐고 최신 시설을 갖춘 신축 건물을 짓고 개장식을 가진 진주 안락공원은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만큼이나 시설 면에서도 앞서가는 화장장으로 변모했다. 총 83억 7천여만 원의 공사비를 들여 부지 8천8백여 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784평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새로 짓고 일일 20구의 화장이 가능한 화장시설과 고별실, 수골실, 유족대기실, 관리사무소 등이 배치됐다. 또한 식당은 192석 규모로 유족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6천5백기 안치가 가능한 추모관도 중앙에 햇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해 유가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관 이동하기.

최신 시스템을 이용한 관 이동.


대한불교 감로심장회(이사장 불산)가 2000년부터 진주시 로부터 위탁받아 6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감로심장회가 위탁받은 이후 유족들의 민원이 없는 화장장으로 유명해졌다. 전국에서 비영리민간단체가 화장장을 위탁받은 것은 대한불교 감로심장회가 유일하다. 2000년 3년 계약으로 위탁을 받게 된 것은 그동안 대한불교 감로심장회가 펼쳐온 심장병 환자 수술 지원, 벽지 농어촌 순회 무료진료, 장기기증 주선 등 의료 지원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게다가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보살행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좋은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힌 것도 큰 가산점으로 작용했다.

관 이동.

추모관에서의 유골 봉안.


대한불교 감로심장회는 위탁과 동시에 화장장의 구태를 벗기는 노력에 착수했다. 전국에서 비영리민간단체가 위탁받은 최초이자 유일의 화장장이라는 부담감에다가 불교계의 명예를 걸고 시작한 일이였기 때문이었다. 3년 계약으로 위탁 운영을 시작했지만 첫 1년간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경험 부족으로 유가족들의 불만과 민원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단 한건의 민원만 발생했을 정도로 진주시청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의 변화를 이뤄냈다. 우선 ‘마지막인데’하는 말과 함께 은근하게 요구되는 ‘노잣돈’ 압력이 사라졌다. 그리고 돈과 결부된 말썽의 소지가 있는 일체의 이권 사업을 뿌리부터 없앴다. 그래서 가격이 천차만별인 유골함 판매나 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정성스러운 유골 이동.

안락공원 화장장.


이 같은 친절 서비스와 과감한 이권 포기가 가능한 데에는 감로심장회 이사진의 숨은 노력과 후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사들의 갹출로 적자를 매우는 한이 있더라도 영리와 결부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망자와 유족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만들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감로심장회의 운영 철학이 이제 전국에서 견학을 올 정도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진주 안락공원 직원들의 서비스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유족들을 만족시키는 노하우을 가졌다. 진주 안락공원에서 일하는 직원은 강위재 관리사무소 소장을 비롯 모두 5명. 이들의 친절은 유족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뿐만 아니라 이사장 불산 스님이 매주 한차례 직원들을 대상으로 친절 교육을 실시하며 법문도 잊지 않고 있다.

추모당.


강위재 소장은 “돌아가신 분을 내 자식처럼, 내 부모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힘들어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가족을 잃은 슬픔에 과음을 하시고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분들 때문에 속이 상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고 그 슬픔을 내 슬픔처럼 여기면서 일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의 이 같은 친절은 슬픔에 젖어 있던 유족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할 정도다.

“잘한다는 얘기보다는 이용하시는 분들이 불편 없이, 또 마음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라는 강 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늘 마음을 비우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유족들을 배웅하며 90도 각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부족한 서비스에 대신하려 한다.
대한불교 감로심장회 이사장 불산 스님의 추진력과 적극성이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어우러지면서 2003년 2년 재계약에 이어 2007년까지 3년간 추가 계약을 이뤄낸 진주 안락공원은 산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납골당에 모셔졌던 어머니의 유골함을 신축 추모관으로 옮기기 위해 이곳을 찾은 강주희(50. 진주 상대동) 씨는 “새 건물 짓기 전부터 친절하다고 소문이 나서 어머니를 이곳에 모셨는데 이제 시설도 한결 좋아져서 더욱 좋다”고 말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다만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일이다. 끝없는 윤회 속에서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는 인간세계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곳인 화장장 운영에서 불교적 가르침이 오롯하게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다.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죽음에 대한 보다 성숙된 이해가 가능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불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 불산 스님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슬퍼하는 많은 유족들이 편한 마음으로 이곳을 이용하고 또 육신으로는 다시 볼 수 없는 망자를 모셔놓고 고향에 오듯 기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다면 생사불이의 부처님 법을 소리 없이 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천미희 기자 |
2005-07-16 오후 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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