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왜 이렇게 긴장하셨어요. 평소 실력으로 아이들에게 서예 가르쳐 주시고 가훈도 하나씩 써 주시면 돼요.”
7월 12일 서울 서정초등학교 과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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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정초등학교를 찾은 어르신들은 ‘노인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서예훈장으로 집중 훈련시킨 ‘문방사우(회장 권진기)’ 회원들이다. ‘문방사우’는 앞으로 초등학교 특활시간을 이용해 ‘서예훈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센터에서 아카데미 교육에다, 직업교육까지 받은 어르신들로 구성돼있다. 그렇게 훈련을 거듭했음에도 실전으로 아이들을 대한 경험은 거의 없다보니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드디어 1교시 시작종이 울리고 3학년 4반 40명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온다. 어르신 1명당 학생 2명이 자리에 맞춰 앉아 인사를 나눈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은 어색하고 쑥스럽다. 간혹 할머니 할아버지가 낯선 아이들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서예 수업이 시작되면서 아이들과 어르신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학교에서 딱 한 번 밖에 해 본 적 없다는 서예시간. 아이들은 훈장님들이 화선지에 붓으로 써 내린 글씨를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리고는 자신들도 이제 붓을 들어 담당 훈장님에게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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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주면 글씨가 잘 안된단다. 그리고 ‘ㅇ’은 한 번에 쓰려하지 말고 붓을 조금씩 왔다갔다 움직이면서 그리면 쉽지.”
정홍이의 손을 꼭 잡은 구민옥(70) 할아버지 덕분인지 정홍이의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고 얼굴에는 웃음이 번진다.
이날 행사는 서예 교육 뿐만 아니라 ‘가훈써주기’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모두 어르신들이 직접 붓글씨로 가훈들을 들고 있다. 강희(10)는 “집에 가서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방에다 붙여둘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김은희 과장은 “이번 사업은 1ㆍ3세대 통합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어르신들이 사회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러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계속 추진해 어르신들이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