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최대’로 만드는 데 애쓰는 불사문화가 현대불교미술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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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가 말하는 불교미술의 가장 큰 문제는 창의성 상실. 윤 교수는 “창의성은 미술의 핵심개념”이라며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건 올바른 불교미술은 창의성을 기본으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해왔다”고 강조했다.
시대정신과 창의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으로 윤 교수는 파주용미리불상(보물 제93호), 17세기 보처상과 대비를 이루고 있는 김제 금산사 미륵전 본존상(김복진, 1936년)이나 불교적 분위기와 현대적 세련미가 일품인 성철스님 사리탑(최재은, 1998년) 등을 꼽았다.
특히 천연 바위 위에 두상을 마련해 올려놓은 특이한 형식의 파주용미리불상은 권위의식이 배제되고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 작품으로,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는 창의적인 작품이라는 것.
창의성 결여 문제와 관련, 윤 교수는 “전통성에 바탕을 둔 장인과 현대성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가가 서로 협력하면서 제3의 창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장점을 서로 외면하는 것이 지금의 풍토”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창의성과 시대정신이 담긴 불교미술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그릇된 불사문화가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불사는 엄청난 자금력으로 불교미술을 좌우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적 입찰을 거치지 않아 훌륭한 아이디어의 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불교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분 아래 과거 고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불사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
“이 같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조계종이나 정부의 불교미술 관련 업무가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며, 작가는 투철한 작가의식과 창의성을 겸비하고, 시대정신을 살린 ‘오늘의 미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