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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도를 닦는 수행자들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저는 부처님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겠습니다.”
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물,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에 흩날리는 꽃잎, 벚꽃 잎이 내려 앉은 장독대, 자욱한 안개 속에 서 있는 탑….
30여 년 간 우리나라의 사찰과 자연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 온 관조 스님이 쉽게 스쳐가기 쉬운 순간들을 담은 명상사진집 <깨우침의 빛>을 펴냈다. ‘풀잎마다 부처님 모습’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스님은 자신의 법명처럼 대상을 깊이 관조(觀照)함으로써 ‘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에도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부처이고, 부처 아닌 것은 인간인 이 산승(山僧) 밖에 없습니다. 오래 전에 집을 나선 산승이 어떻게 부처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할 것인가? 이러한 화두를 풀어내기 위해, 산승이 택한 방편은 사진이었습니다. 이 광대한 우주 공간의 그 어느 것이나 다 부처의 법신이라는 말씀과 숨결을 사진에 담으려 했습니다.”
때문에 스님의 사진에서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을 넘어 ‘풍경 안쪽의 풍경’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사진집도 자연의 풍경에 <법구경> <벽암록> <선가귀감> <숫타니파타> 등에서 발췌한 글을 더해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의 경지를 담아내고 있다.
대나무 통을 따라 흘러가는 약수를 보고는 “참된 영원은 끝없이 흐르는 가운데 있다”는 가르침을, 한 장의 낙엽에서는 “어리석은 이는 죽음과 늙음으로 인해 고통 받는다. 지혜로운 이는 이것의 참모습을 잘 알고 슬퍼하지 않는다”는 글을 실어 참된 진리와 깨달음이 무엇인지 반추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모두 85장의 사진을 계절별로 나누어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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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 대신 카메라를 들고 전국의 산과 절을 찍어온 관조 스님. 1977년부터 30여 년간 10여 차례의 전시회를 개최했고 <승가>(1980) <열반>(1984) <한줄기 빛>(1998) <사찰꽃살문>(2003) 등 15권의 작품집을 낸 관조 스님에게 사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수행의 길이자 포교의 한 방편이다.
□ <깨우침의 빛>(관조 스님 글/사진, 솔,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