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취임한 성윤갑(50, 사진) 관세청장. 1975년 행정고시를 17회로 합격한 후 30년간 줄곧 관세청에서 근무해 내부승진으로 청장의 자리에 오른 ‘전문 관세 행정인’이다. 그러나 ‘청렴’을 제1의 덕목으로 꼽는 성 청장이 불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성 청장의 불교 인연은 이종사촌 동생인 前 천태종 총무부장 덕수 스님(정선 달성사 주지)의 출가에서부터 시작됐다. 고등학생이던 사촌 동생이 출가하는 모습을 보고 ‘불교란 과연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게 된 성 청장은 이후 불교 교리를 꾸준히 공부해 1994년 <금강경> 해설서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지 왜 메고 가나>를 펴냈고, ‘화엄교학에 나타난 유식사상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유식학 해설서 <행복한 삶을 위한 유식삼십송>을 출간했다.
5세기 인도 불교학자 반수반두(婆修槃頭)가 지은 <유식삼십송>은 마음의 구조와 기능, 작용 그리고 그 원인과 결과 등 유식사상의 정수를 30개의 시송(詩頌)으로 체계화한 책이다. 불교의 인식이론을 이해하는 필독서로 꼽히는 <유식삼십송>은 우리가 본래 타고날 때부터 있어왔던 참 성품을 드러내기 위해 ‘나’와 ‘나 이외의 것’에 대한 두 가지 집착을 여의어야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참 성품을 드러낼 수 있음을 설하고 있다. 또한 유식사상에 대한 이론적인 정리뿐 아니라 실천 수행적인 면을 강조해 마음을 올바로 알고 마음을 바르게 쓰기 위한 수행의 단계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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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윤갑 관세청장이 펴낸 유식한 해설서 <행복한 삶을 위한 유식 삼십송>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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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삼십송>은 단지 불교의 한 부분으로서의 유식사상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틀 지워진 교리나 사상을 초월해 인간 삶에 대한 성찰과 마음현상을 파헤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종교정신이 무엇인지를, 종교를 믿지 않는 생활인이라면 ‘삶의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유식삼십송>의 원문을 해석한 현장 스님의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전문적인 고증이나 사료 연구보다는 일반인들이 유식사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유식삼십송>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결국 ‘한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성 청장은 “이 책은 주체자로서 마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주체마저도 벗어 던지는 대자유와 해탈로 나아가는 깨달음의 지도”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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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한 유식 30송>(성윤갑 지음, 불교시대사,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