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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비극 '여론몰이'

이종옥 동국대 정보관리학과 교수.
‘떨녀’나 ‘개똥녀’를 혹시 알고 있나? 최근 조성된 이 단어의 인지여부가 네티즌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르르 떨듯이 춤을 추는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떠돌아 수많은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한 여학생을 ‘떨녀’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20대 여성을 네티즌들이 괘씸녀로 지목하여 얼굴사진 공개와 더불어 ‘개똥녀’라는 별명과 함께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부어 급기야 사회적으로 생매장하다시피 한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다.

떨녀와 개똥녀의 광풍이 휘몰아친 이후인 현재, 떨녀는 스타 만들기를 위한 기획사의 의도된 ‘인터넷 여론물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마녀사냥식 ‘사이버 테러’를 당했던 개똥녀의 경우에는 주위의 비난에 너무 당황해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현장 증언들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동이후의 반성과 자정에도 불구하고 떨녀는 이미 의도된 ‘인터넷 여론몰이’에 의하여 스타가 됐으며, ‘사이버 테러’를 당한 개똥녀의 인격체는 돌이킬 수 없도록 망가져 버렸다.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여론몰이를 빗대어 ‘네티즌’과 ‘메카시즘’을 합친 신조어 ‘네카시즘’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여론을 주도하는 소수와 충동적이고 부화뇌동하는 인터넷 군중들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특정인을 인민재판식으로 비난하며, 당사자는 아무런 해명조차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나타내는 용어라고 한다.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 인터넷의 순기능은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특히 인터넷이 공간과 시간의 격차를 해소해주고, 양질의 정보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는 알 권리가 신장되어지고, 국민 참여정치가 활발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듯 인터넷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경쟁 격화에 따라 기사는 점점 더 선정적으로 흐르고 있으며, 특히 기사를 전달하는 포털 기관에 의하여 선별된 기사만 부각되는 등, 정보의 편식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 또 다른 여론몰이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인터넷 참여정치란 누구나 참여할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소수의 여론몰이에 따른 여론의 왜곡이란 역설을 낳고 있다. 최근 부결된 재외동포법과 관련하여 이를 반대한 국회의원 명단이 공개되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 법의 재상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네티즌들의 여론몰이가 급기야는 ‘국회는 없고 네티즌 정치만 있다’는 자조의 말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네티즌들의 인터넷 여론몰이와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실명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위하여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좋은 문명의 이기라 할지라도 이를 사용하는 개인의 인격 또는 사회ㆍ문화적 수준에 따라서 인성(人性)과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흉기로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편리한 문명의 이기임에는 분명하나 운전예절과 법규를 지키는 양식이 우선해야 하듯이 인터넷도 마찬가지이다. 규제성 인터넷 실명제란 신호등만으로 모자라서 또 다른 감시 장치를 부가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어떠한 통제장치도 이를 지키고자하는 양식을 우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여론몰이의 부작용을 정보기술이나 법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및 사회에서 인성을 기르고 심성을 닦도록 하여 인간화를 이루는 것이야 말로 원천적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불교가 인터넷 세상에서 해야 할 과제가 인간의 근본인 심성을 되찾게 하는 아주 중요한 시대적 화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종옥(동국대 정보관리학과 교수) |
2005-07-09 오전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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