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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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금불사 무엇이 문제인가
엉터리 개금 많아 불상 원형 훼손 우려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좌상이 883년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7월 4일 전문가들에 의해 확인되면서, 불교계와 미술사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석불을 통해서만 대략 짐작하던 통일신라시대 목불의 양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사를 새로 써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사’를 지켜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왜 지금까지 통일신라 불상이 조선초기의 것으로 간주돼왔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착오의 원인을 개금(改金) 불사 탓으로 돌리고 있다. 부처님 얼굴을 바꿔놓기도 하는 개금에 대해 살펴본다.



개금 탓에 조선 불상으로 둔갑


예로부터 부처님의 몸에 금빛이 난다고 하는 경전적 근거를 따라 불상에 금박을 입혀 장엄해왔다. 개금은 목재를 부식이나 병충해로부터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금박이 탈락하고 변색하기 때문에 다시 개금해야 한다.

개금을 위해 칠을 벗겨낸 상태의 해인사법보전비로자나불.
법보전 비로자나불 또한 긴 세월을 거치면서 개금에 개금을 거듭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통일신라시대 불상이 조선시대 불상으로 둔갑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금불사가 이뤄지는 각 시대에 따라 얼굴이 조금씩 바뀌는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불사 참여자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개금불사까지 시대의 산물로 치부하며 넘어가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오늘의 개금불사는 개금에 담겨야 할 불심은 물론, 최소한의 장인으로서의 양심조차도 외면한 채 진행돼 딴 얼굴을 만드는 경우도 잦고, 근본적으로 불상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번에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판명된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좌상의 경우 2000년 개금한 불상을 불과 5만에 다시 개금해야한다는 것은 이전 개금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반증한다.



개금불사의 핵심-옻칠



개금작업하면 금박 입히기를 떠올리기 십상이나, 그보다 더 중요한 작업은 옻칠이다. 옻칠은 목불을 병충과 습기로부터 보호하고, 견고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옻칠을 잘 해야 금박도 잘 붙고, 오래간다. 개금불사에 소요되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이 옻칠과 사포질 작업의 반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금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존의 금박과 칠을 벗겨내는 작업이다. 목재가 드러날 때까지 칠을 완전히 벗겨낸 다음, 1~2회에 걸쳐 생칠을 먹인다. 칠은 목재로 스며들어 바탕을 단단하게 한다.

다음에는 삼베를 씌우고, 찹쌀과 생칠을 섞은 호칠을 바른다. 이는 목재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삼베는 목재를 견고하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삼베를 씌우고 나면 토분과 생칠을 섞어 만든 재료로 삼베 실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고, 사포질을 해서 오톨도톨한 부분을 다듬는다. 이를 눈메우기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토분과 생칠, 물을 섞어 칠(토회칠)하고 사포로 다듬기를 3회 가량 반복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목재의 면은 더욱 고르게 다듬어지고, 견고해진다.

해인사법보전 비로자나불의 예전 모습.
토회칠을 마치고나면, 다시 생칠을 먹인다. 토회칠 과정에서 물을 섞어 표면에 생긴 모공에 생칠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모공이 생칠로 메워진 목재는 더욱 단단해진다.

토회칠 다음에는 초칠·중칠·상칠이 기다리고 있다. 상칠은 아주 고운 칠로, 먼지 하나 들지 못할 밀폐된 곳에서 작업하게 된다. 상칠 작업을 고운 칠로 하는 까닭은 이 바탕 위에 금박을 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생칠 작업부터 상칠 작업까지 두 달 가량 소요된다.

금박은 상칠이 완전히 마르기 직전에 붙인다.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금박 붙이기 또한 밀폐된 곳에서 작업해야한다. 먼지가 붙으면 표면이 깔끔하게 되지 않고,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금박은 주로 불상의 의복 부분에 사용되는 반면, 피부부분에는 금가루를 붙인다. 금가루는 무광 효과를, 금박은 광택 효과를 내는 데 이용된다. 금박 붙이기가 끝나고 하루 정도 지나면 불상에 눈썹, 입술, 눈동자 등을 표현하는 ‘점안’이 가능하다.



장인정신 사라진 개금불사


옻칠을 사용한 개금불사는 이처럼 까다롭다. 한 마디로 정성과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렇다보니 별로 선호되지 않는다. 카슈칠이라고 하는 훨씬 ‘간편’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카슈칠은 열대지방에서 재배되는 카슈(Cashew)라고 하는 견과류에서 액체를 추출하고, 여기에 화학물질을 첨가해 만든 칠재료다. 카슈칠은 일제시대 ‘서양 옻칠’으로 소개돼 도입됐다. 이후 비싼 천연 옻칠을 대체하며 각광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교자상은 대부분 카슈칠을 쓴 것이다.

카슈칠을 사용하면 옻칠로 두 달 가량 걸릴 일을 10여 일만에 끝낼 수 있어, 카슈칠은 비용절감 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는다. 하지만 불상 보존의 측면에서는 아주 치명적이다.

즉, 카슈칠은 기름이 많이 섞여 있어, 숨구멍을 내주는 옻칠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옻칠이 갖고 있는 자동 습도 조절이나 통풍 등의 효과를 내지 못해 카슈칠 안쪽에서 부식이 나타나 원형을 훼손할 우려가 높고, 칠의 수명이 짧아 금박의 변색과 탈락이 쉽게 나타난다는 것이 약점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카슈칠과 옻칠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카슈칠의 눈속임 사용을 부채질한다.

해인사측이 일부 공개한 법보전 비로자나불좌상 개금불사 사진에 따르면 이 불상 역시 예전에 옻칠이 아닌 카슈칠이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을 확인한 이종헌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수(문인서화학과)는 “의복부분에 나타나는 붉은 빛이 카슈칠의 흔적”이라고 단언했다.

개금한 지 불과 5만에 다시 개금해야 했던 원인이 카슈칠에 있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근래의 개금불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칠을 쉽게 하고,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아교나 화학접착제 등을 불상 표면에 두껍게 올리는 경우도 많다. 금을 아끼기 위해 굴곡을 메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화재청도 카슈칠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수리기능자자격시험 도금공 분야에서 카슈칠 사용을 전제로 실기시험을 진행하는 형편이다.

개금이란 부처님 옷을 새로 입히는 불사다. 제대로 하면 그 금빛이 50년 이상 유지되고 불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눈앞의 이익만을 이유로 엉터리로 개금불사하면 불상은 물론 불심마저 병들게 한다.

이종헌 교수는 “개금불사는 사찰의 주인공인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인 만큼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작업 과정을 꼼꼼하게 사진 등으로 기록하고, 보고서도 남기게 해 작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박익순ㆍ도움말=이종헌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수(문인서화학과) | ufo@buddhapia.com
2005-07-09 오전 10:37:00
 
한마디
전국에 옻칠개금 전문가가 과연 몇이나 있는지 그리고 동불에도 옻칠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이유를 알고싶습니다
(2006-05-12 오후 5: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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