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색 가사는 누구 것일까?’
불교 전래와 함께 들어와 2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홍색 가사를 두고 때 아닌 소유권 논쟁이 일고 있다. 대한불교 열반종이 전통의 홍색 가사를 특허 등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홍가사의 전통을 이어받은 태고종이 상황파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태고종의 홍색 가사

문제의 발단은 최근 발간된 <한국의 가사>(빛깔있는 책들)이었다. 해곡 열반종 총무원장은 책의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 “책에서 태고종의 특징적인 가사로 서술된 가사는 이미 열반종에서 특허 등록을 마쳤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이를 확인한 결과 열반종은 이미 수년 전에 붉은 빛 가사 색상, 삼족오ㆍ토끼로 나타낸 일월(日月) 문양, 모서리의 天자와 王자 문양 등을 수용한 가사를 특허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교 복식 전문가들에 따르면, 열반종이 소유권을 주장한 홍가사는 불교가 전래되면서부터 이어져 온 불교 복식의 전통적인 형태. 그 때문에 불교계 안팎에서는 열반종이 불교계의 동의없이 종단 차원에서 전통 가사를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열반종 총무원장은 “태고종을 비롯한 다른 종단이 홍가사를 입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으며, 특허료를 받겠다는 의도도 아니다”라며 “단지 타종교인들에 의해 침해받을지 모르는 불교 전통문화를 수호하기 위해 ‘특허’라는 수단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특허 등록한 가사에는 얇은 금사를 입혔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태고종의 가사와는 다른 형태”라고 덧붙였다.

태고종 사회부장 법현 스님은 “앞서서 특허를 신청했다고 해서 그 권리를 무조건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열반종이 특허 등록한 가사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본 이후에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