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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불교와 샤머니즘 등의 사상을 현대적 기법으로 살린’ 박 화백의 작품은 영상매체라는 기술적인 언어로 다시금 되살아났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박 화백의 철학과 정신세계를 비디오 설치 작업 등의 미디어아트를 통해 구현해낸 것이다.
박 화백 예술철학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불교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불교라는 주제로 하는 미디어아트 전시회가 됐다. 21세기에 접어들며 비디오 아트를 포함해 웹아트ㆍ게임아트 등 미디어아트 분야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인지, 불교와 미디어아트를 접목시키는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게다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세기로의 여행(~8월 15일)’ 전에는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 그리고 선불교가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미디어아트 거장 빌 비올라 등의 전시도 함께 선보이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불교와 미디어아트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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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는 말 그대로 미디어를 이용한 아트(ARTㆍ예술)다.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수단인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것이다.
책이나 잡지ㆍ신문ㆍ만화ㆍ포스터ㆍ음반ㆍ사진ㆍ영화ㆍ라디오ㆍ텔레비전ㆍ비디오ㆍ컴퓨터 등을 이용해 제작되는 예술을 통칭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텔레비전 컴퓨터 등의 영상매체를 응용한 예술장르를 일컫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디어 아트의 가장 초기 형태는 TV를 이용한 이미지의 변형이었다. 이것은 ‘TV Magnet’, ‘Zen For TV’ 등 백남준의 초기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초기 미디어아트 작가들은 기술 매체를 단순히 예술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현실세계의 이미지들을 여러 기술 매체를 통해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런 경향은 90년대까지 지속됐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매체 형식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후기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경우 여전히 기술매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들 작품에서 영상매체는 작가의 ‘수단’이기보다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평이다.
정용도(미술비평가)씨는 “전반기 작가들이 자기 의식세계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구성했다면, 후반기 작가들은 작가의식을 이미지 세계 속으로 편입시켜 버린다”고 말했다. 그 이미지들은 전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로써 관람자의 의식을 변화시킨다. 미디어아트 전문가들은 “비디오아트는 화면에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화면 바깥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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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활동을 벌여온 백남준은 이미 1960년대에 비디오아트의 길을 열었다. 국내에서도 1977년경 박현기씨에 의해 미디어아트 작업이 시작됐으나, 미디어아트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84년 백남준 작품이 소개되면서부터다.
그러나 현재 국내 미디어아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은 김영진, 김해민, 육태진, 한계륜, 홍성철 등 30~40명 안팎이다. 그 가운데 불교를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TV부처’ ‘미소짓는 부처님’ ‘부처 신 악마 기억’ 등의 백남준, ‘만다라’ 작품으로 유명한 박현기 등이 바로 그들. 이들의 작업은 불교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영상에 활용한 경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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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 이영미술관에서 ‘108 Elements For Circle'등의 영상설치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이승준씨의 경우, 한 인물을 중심으로 흩어지고 뭉치는 군중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두 개의 프로젝터를 설치해 그 하나는 흩어지는 모습만을, 다른 하나는 뭉치는 모습만을 빠르게 돌려 그것이 하나의 화면에 투시되도록 설치한 것이다.
작가는 “기쁨, 괴로움, 무심 등의 여러 감정 상태가 끝없이 생성되고 해체되지만 그것 어느 하나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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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디어아트 작가 가운데는 샤머니즘과 미디어아트를 함께 연구하는 이들이 많았다. 샤머니즘에서 무당이 죽은자와 산자의 세계, 저승과 이승, 초월공간과 현실공간을 매개하는 일종의 미디어 역할을 하듯이, 미디어 아트가 가상과 현실 사이에 새로운 교류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판단에서다.
불교와 미디어아트의 관계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미술평론가 이원곤 교수(단국대 서양화과)는 “성과 속, 공과 색의 세계를 함께 다루는 불교 역시 미디어아트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라며 “가상과 현실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미디어의 특성을 살려 두 세계를 동시에 드러내며 깨달음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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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불교예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禪)을 근간으로 미디어아트계를 이끈 빌 비올라의 예를 들어, “미디어아트가 이 시대 불교를 새롭게 해석하고 반영하는 불교예술의 전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