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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동안의 만해 스님에 대한 연구가 지나치게 문학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에, 민족운동가와 수행자로서의 모습이 덜 알려진 면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만해 스님은 누구나 알지만 그 진면목을 아는 오히려 드물다.
이런 점에서 지난 6월 29일, 스님의 열반 61주기를 기해 바보새 출판사에서 선보인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와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는 만해 스님의 삶과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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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의 슬픔이 없으려면 젊어서 뜻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입을 엄밀히 지키고 뜻을 엄중히 방비하라” “불운에 헤져 곤궁하고 쓸쓸하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조를 지켜라” 등의 가르침은 발간된 지 9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책에서는 <채근담> 원문은 생략하고 만해 스님의 해설만 가려 ‘수양과 성찰’ ‘마음 자리’ ‘평가와 토론’ ‘마음의 여유’ ‘처세와 수양의 논리’로 나누어 정리했다. 여기에 효림 스님이 만해 스님의 글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덧붙였다. 효림 스님은 “<정선강의 채근담>은 그 문장이 더할 수없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 일생을 수행하는 승려이자 독립지사로 살았던 스님의 사상과 철학, 처세술 등이 모두 담겨 있다”고 말한다.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는 의상만해연구원 김광원 연구위원(전주 중앙여고 교사)이 만해 스님의 시를 그의 삶과 사상을 바탕으로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선(禪)의 세계를 기초로 사랑의 원리를 담고 있는 <님의 침묵>은 그 난해성 때문에 아직도 시에 내재된 일관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자의적으로 풀이되고 있다”며 “한시와 자유시, 시조 등 스님의 모든 시는 선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만해 스님의 문학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십현담주해>을 주목한다. <십현담주해>는 중국 당나라 상찰 선사의 <십현담>에 만해 스님이 주를 덧붙여 풀이한 것으로, 1925년 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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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라는 구절은 <십현담주해>의 ‘꽃이나 달과 같은 일체의 아름다운 것이 일찍이 모두 없어져야만, 미인의 아름다운 얼굴이 옥과 같이 온전히 드러난다’는 표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은이는 만해 스님의 생애와 정신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불교 사상, 문학사적 위상 등을 다양한 참고문헌을 토대로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