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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가치를 되새기고 가족 해체에 대한 불교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안성 도솔산 도피안사(주지 송암)와 현대불교신문사(사장 김광삼)이 공동주최한 ‘제1차 보현도량도피안사 구국구세법회’가 7월 3일 최훈동 서울대초빙교수의 강연 ‘바람직한 부부 바람직한 가정’을 끝으로 회향했다.
5월 1일 미산 스님(중앙승가대)을 시작으로 서명원 서강대 교수, 조희금 대구대 교수, 옥선화 서울대 교수, 정현숙 상명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구국구세법회 10번째 강사로 나선 최훈동 교수는 부처님의 자기성찰 가르침을 통해 가정의 평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 강연했다. 특히 정신의학적 관점을 도입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설해 최 교수의 강연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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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가정이 평화롭지 못한 원인은 폭력
구국구세라는 관점에서 가정이 중요한 까닭은 가정이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나아가는 첫 출발이기 때문이다. 온갖 사회문제가 나로부터 비롯되고 가정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가정이 중요하다. 가정이 따뜻한 사랑과 신뢰를 형성하는 교육장이 돼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 교수는 사회와 가정의 평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을 ‘폭력’이라고 본다. 폭력은 성폭력, 학교폭력부터 사회폭력, 정치폭력, 사이버 폭력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가운데 특히 심각한 것은 가정 폭력이다. 배우자와 자녀에 대해 이뤄지는 가정폭력은 피해자 개인 상처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독소와도 같다. 부모로부터 폭력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신경성 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앓기도 하고, 각종 범죄와 사회병리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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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구세란 결국 이 같은 폭력적인 사회를 평화롭게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그 출발점은 물론 나와 가정이다.
나와 가정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최 교수는 석가모니의 자기를 성찰하라는 가르침을 힌트로 제시했다. 석가모니는 자기성찰을 통해 무아를 깨닫고, 연기의 이치를 터득함으로써 자아는 개체적으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조건에 의해 발생하며,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깨달음은 열린 사고를 가능케 하고 상대방을 수용하는 지혜를 주며, 진정한 대화를 가능케 한다”고 주장했다.
무아를 깨닫게 되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가 되는, 돈을 빼앗고자 하는 욕망, 자신에 타인을 순종시키고자 하는 욕망 등은 나에 대한 잘못된 견해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자기성찰은 폭력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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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대화는 나를 비울 때 가능
‘무아’라는 사상은 가족 간의 진정한 대화를 가능케 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유능한 상담치료자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는 사람이다. 상담치료자가 ‘나’를 앞세우면 내담자의 마음은 닫히고, 입도 닫히게 된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가족 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 교수는 “나를 내세우고 너를 분리하면 분노와 좌절 무시 등 온갖 괴로움이 생겨나며, 자신을 고집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부정’과 남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가 일어나게 돼 대화의 단절을 야기하고, 나와 너를 고립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간의 관계가 원활해지려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함과 동시에, 좋은 일에 대해 칭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또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애어(愛語)도 좋은 요령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같은 해결책의 중심에는 ‘무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가족과 이웃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는 자애(慈), 고통받는 가족에 대한 연민(悲), 가족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喜), 칭찬에도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捨)의 사무량심을 무아의 구체적 모습으로 설명하며, “나를 비운 이는 상대방의 아픔과 상대의 기쁨, 상대의 칭찬과 비난, 분노까지도 차별없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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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에 이르는 자기성찰 방법-정념
그럼 이 같은 무아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는 자기성찰은 어떻게 가능할까. 최 교수는 팔정도 가운데 ‘정념(正念)’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정념이란 지금 이 순간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내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는 일종의 명상을 뜻한다. 석가모니 또한 열반에 들기 전 “정념수행이 계발되고 실천되지 않는다면 여래의 반열반 후에 참된 법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며 정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정념은 생각이나 이해가 아닌 수행을 통해 가능한 상태”라며 “눈 뜨자마자부터 잠들기까지 예리하게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정념을 일상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정념수행을 하고, 무아를 실천하면 구국구세는 절로 이뤄질 것”이라며 최 교수는 “미래의 미륵세계나 극락정토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그 자리가 바로 정토”라고 말했다.
또 “정념수행을 통해 나·가정·사회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며 “관세음보살, 보현보살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관세음보살이 되고 보현보살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불교와 현대정신의학
최 교수는 강연 도중 몇 차례 불교와 현대정신의학 또는 현대과학의 성과를 견주어 흥미를 더했다.
최 교수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며 결코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 의지하며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자기성찰’로 규정하며, 현대 정신치료의 관점과도 통한다고 말했다.
또 관계성과 관련 “정신의학은 인간을 생물학적-정신적-사회적 존재로 정의하며, 개인의 신체를 이루는 수조개의 세포들조차도 그물망처럼 상호 연결된 방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인간을 연기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는 존재로 이해하는 2600년 전 불교의 가르침과 현대과학의 성과가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신경세포 경우 한 개의 세포가 1000~2000개의 신경가지를 내어 다른 신경세포들과 교류한다는 것.
정념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자기 마음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념은 현대 정신치료와 원리가 동일하지만, 정신치료에는 깊은 집중 상태인 ‘선정’이 없다”며 “부처님의 선법은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찬탄했다.
정신치료학과 관련된 언급도 있었다. 최 교수는 상담의 기본이 경청이라고 설명하며, “관세음보살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상담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기도만으로는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 어렵다”며 “법당에서 의식만 집전하기보다는 함께 상의하고 해결해가는 상담이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훈동 교수는
현 한별정신병원 원장 겸 한별심리연구소장이며, 이화의대 외래교수와 서울 가정법원 상담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초빙교수. 서울의대를 나와 백산신경정신과의원 원장, 한림의대·인하대의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정신의학 이야기>, 논문에 <불교의 유식사상과 심층심리치료와 비교고찰> <불교 무아사상의 정신치료적 의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