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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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의 종교성 회복 시급”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세미나, 한국불교학의 문제 지적


‘불교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모든 불교학자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단적인 예로 불교를 학적으로만 접근하다보면 신앙으로서의 의미가 반감되고 신앙으로서의 측면만 강조하다보면 학문적 가치는 퇴색하기 쉽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오늘의 불교학을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소장 박규태)의 2005년 상반기 정기 심포지엄이 ‘불교학 형성과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6월 25일 서울 출판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가장 눈에 띄는 논문은 이민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의 ‘서구 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과 심재관 강릉대 강사의 ‘한국불교학 속의 서양불교학의 위상’. 이 이사는 불교학의 종교성 회복을, 심재관씨는 불교학과 전통불교와의 상보적 조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이사는 “불교가 동양에서 2500여 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서구가 이를 새로이 발견하고 창안한 것은 300여 년에 불과하며 그런 연구의 역사 속에서 불교학의 특성이 규정됐다”고 말하며 서구 불교학이 안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적 한계를 부각시켰다.

이 이사는 대표적인 초기 불교학 연구자로, 서구 불교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뷰르느프(Eugene Burnouf, 1801~1851)에게서 이 같은 한계를 발견한다. 뷰르느프는 <인도불교사 입문(1844)> <법화경 역주(1852)> 등을 펴낸 인물.

뷰르느프는 ‘부처님의 역사적 실재성 분석’ ‘경·율·론(經·律·論)에 따른 불전 분류’ ‘역대 불전 주석가의 해석에 대한 관심’ 등을 주요 연구내용으로 삼으면서도, 불교 현장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후대의 서구 불교학자들은 뷰르느프의 방법론을 답습했고, 서구불교학의 경향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같은 언어·문헌학 중심의 서구 불교학은 불교를 한 문화권·종교권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실천되는 것으로서 연구된 것이 아니어서, 문화적 형태로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역동적인 종교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불교 연구가 제국주의적 필요성에 따라 이뤄졌고, 서구 종교적 배경 하에서 단지 호기심의 대상으로서 다뤄졌다는 데 있다고 이 이사는 설명했다.

이 이사는 “이처럼 서구중심적 관점에서 불교를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적 자세를 극복해야 한다”며 “종교성을 회복하는 것이 불교학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심재관 강릉대 강사의 서구불교학에 대한 인식도 이 이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불교학의 문제는 “문헌학적 객관주의에 입각한 서구 불교학이 이식되면서 종교성을 상실, 불교와 불교학이 이질적인 것으로 분리됐다”는 데 있다. 그 결과 “불교학은 연구영역이 축소되고, 불교는 지성적인 전통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교단 밖의 근대화된 사립학교가 불교연구를 주도하면서 전통 교육기관인 강원의 기능은 현저하게 위축되고, 아직까지 자기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심씨는 “불교학의 서양학문 종속이 심화됨에 따라 한국의 불교학이 한국의 불교현실과 유리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고 강조하며 불교학 연구자들의 경향까지도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불교학 연구 흐름을 문헌학·실용학·체계불학으로 구분했다. ‘문헌학’적 경향은 텍스트 내의 개념분석이나 철학사상을 불교원전비평이나 문법적 분석을 통해 탐구하는 형식을 뜻한다. 심씨는 “유럽과 일본에서 유학한 이들이 문헌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한국의 불교현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실용학적 연구자들은 사회적 제문제에 대응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대부분 국내에서 연구과정을 거친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심씨는 설명했다. 심씨는 여기에 동국대 고영섭·김종욱 교수, 승가대 김응철, 순천대 안옥선 교수 등을 포함시켰다.

또 ‘체계불학’에 대해서는 “서양의 문헌학 중심의 불교연구가 가져오는 전통과의 단절, 신앙행위를 전복시키는 이론의 등장, 학문과 종교의 분리 등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아직은 연구경향으로 정립되지는 못한 하나의 대안적 불교학”으로 규정하며 김성철 동국대 교수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심씨는 “불교연구가 사회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다보면, 연구자와 수행자, 신자들을 아우르는 통일적 이해의 구심점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불교연구가 전통불교, 살아있는 불교전통과 상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승가 교육은 현대화보다는 종학을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전통적인 불교학의 재정립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07-02 오전 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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