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경사의 아동학대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교계 미신고 아동보육사찰에 대한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경사의 아동학대를 폭로한 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

현재 불교계에는 미신고시설의 형태로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사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시설 수는 물론 보호 아동의 실태 등 현황 파악도 힘든 실정이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수경사처럼 아동이 처한 상황과 아동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아이들이 학대받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곳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학대예방센터와 대한간호협회가 6월 30일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7월부터 아동학대 신고 및 접수를 크게 확대키로 했으며, 보건복지부도 올 12월부터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 법률’을 시행하는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지는 상황이다.

특히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 법률은 실종아동을 ‘약취ㆍ유인ㆍ유기ㆍ사고ㆍ가출 등으로 보호자에서 떨어진 14세 미만 아동 또는 정신지체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실종아동 신고 의무화 ▲경찰관 등 관계시설 출입, 조사권 ▲실종아동 유전자검사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수경사의 경우처럼 사찰에서 아동들을 아무런 신고 없이 미아나 버려진 아이들을 맡아 키우면 법에 위배되고,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이 선고된다.

그런 만큼 아동보호시설의 사각지대로 분류되는 교계 내의 자발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보호 현황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불교 복지계의 주장이 강하다.

이에 따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본말사 주지 연수 교육과 공문을 통해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 바뀐 법률안에 의거해 철저히 신고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한 관계자는 “사찰에서는 전통적으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이것은 더 이상 ‘순수하게’ 좋은 행위라고만 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아이들을 키우는 스님들 스스로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아동복지법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복지 마인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보도후 문을 굳게 닫은 수경사의 정문. 사진=고영배 기자.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조기룡 전임연구원은 “이번 수경사 사건은 승가라는 인적관리 체계와 사찰이라는 조직관리 체계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교구본사, 말사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교구본사에서 사찰 관리를 강화해 단위 사찰이 아니라 종단이 시설 보호 대상자들을 보살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교구분권화를 통해 현재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하고 있는 업무 중 상당부분은 사찰이 속해있는 교구본사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조계종은 6월 28일 수경사 문제와 관련, 사과문을 통해 “조계종은 관련 당사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종헌ㆍ종법에 의거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금번 수경사 사태를 교훈삼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승풍을 진작함과 더불어 무연고아동 보육사찰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선학원도 사과문을 통해 “정법과 중생을 수호하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고 사회적으로 쏟아진 모든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경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사찰의 관리 감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