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지난해 1월 실시한 ‘2004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가량인 53%의 응답자가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67.9%)’ 종교를 믿는다고 답했다. 이는 1984년 조사 때보다 종교인 비율이 1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시대가 각박하고 힘겨워질수록 종교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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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종교전문기자로 활동한 권오문 세계일보 기획실장이 펴낸 <종교는 없다> 역시 오늘날 종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 보는 책이다. 분쟁과 전쟁으로 치달은 종교계의 분열과 종교 지도자들의 잘못된 신앙 행태 등 오늘날 종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5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하지만 <종교는 없다>는 역설적으로 종교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한 긍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인류 정신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50개의 키워드 중 하나인 ‘하나님, 부처님을 격하시키는 기복 신앙 행태’편에서는 종교를 복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오늘날의 종교행태를 꼬집는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처를 교주로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자기 자신이 부처가 되는 것”이라는 지은이는 “불자들은 복을 비는 행위를 복을 짓고 닦는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하고, 이는 마음 닦는 수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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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룩했으나 헌금 유용과 횡령, 교회 세습 등으로 얼룩진 한국 개신교계와 ‘공자 사상의 한계상’ 논란에 휩싸인 유교, 신종교에 대한 종교계의 배타적인 시선 등도 짚어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무엇일까? 지은이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종교계는 이제 시대의 변화와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인류의 정신사를 지배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생존 자체도 어렵다는 것이다.
“종교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적 진리 속에서 꽃을 피웁니다. ‘인류 구제’와 ‘세계 평화’라는 종교의 목표를 위해서는 종파와 교파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철저히 자기를 비우고, 교단과 교리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