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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을 휩쓴 프리즘 스타일의 MP3 플레이어, 랍스타 모양으로 기능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가스버너, 우리 고유의 태극문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애크미 컬렉션의 태극패턴 등 그의 디자인은 ‘상상을 막대한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지은이는 트렌드를 쫓기보다 자신감을 팔라고 주장한다. 21세기 인간 중심의 디지털 시대를 여는 인간형은 다름 아닌 ‘이노베이터, 즉 혁신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자’라는 것이다. 가령 자신의 아이디어와 호기심, 꿈만으로 세상과 대적하고 자기 생각을 실현하는 일로 승부를 거는 사람, 물건을 발명하건 시스템을 개혁하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혁신가 등등. 창의력이 중심이 되는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사람은 바로 이런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은 순수한 호기심에 대한 단순한 몰입과 자기 생각을 실현해내고자 하는 열정이라고 말한다.
멋진 디자이너가 되는 그만의 비결이 궁금한 이에게 이 책은 지침서라기 보다는 본보기가 된다. ‘누구나 보는 것을 보되, 아무도 생각지 못한 생각을 해내야 한다’ ‘와이 낫(Why not?)에서 출발하라’ 같은 경구가 있는가 하면, ‘블랙박스’ ‘디자인 게이트’ ‘적절한 디자인(right design)’ ‘D(Digital)+D(Design)=D(Dream)’처럼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단어도 튀어나온다.
수많은 메모와 스케치, 스케치에 따른 구상 등 자기자신을 한순간도 긴장에서 풀어내지 않고, 오히려 긴장을 즐기는 지은이는 디자이너로서뿐 아니라 비즈니스적 감각마저 탁월하다.
일례로 그는 자신의 첫 히트작인 ‘여행용 골프가방’이 특허를 내지 않아 곧바로 모방품이 나왔을 때보다, 또다른 회사에서 이를 변형한 작품이 나왔을 때 더 반성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이 ‘모방’에 분노하며 포기했을 때, 다른 디자이너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조를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깨달음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가 이제껏 해왔던 창조적 활동들을 39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정리하고 있다. 가령 변화를 따르는 사람은 ‘트렌드를 쫓지만’,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아이덴티티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가령 일본 소니사의 제품은 굳이 상품명을 보지 않아도 한눈에 소니만의 형태와 색깔, 기능성을 중시한 디자인 등이 인식돼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유행상품을 떼거리로 따라가는 형태를 반복한다는 매서운 비판도 한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