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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사찰 방재대책현황조사’는 조계종 문화부가 강화 전등사, 김제 금산사, 구례 화엄사, 합천 해인사 등 보물급 목조건축물을 2동 이상 보유한 전국 32개 사찰을 대상으로 4월 22일부터 6월 22일까지 조사한 것으로, △안전선 설정 △소화전 배치 및 작동 △소방로 △경보시스템 △유관기관 대응 등 10여개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르면 특히 열악한 항목은 ‘안전선’과 ‘경보시스템’이었다. 이 항목에 대한 32개 사찰 평균점수가 10점 만점에 각각 1.64와 2.66에 불과했다. 개심사·금산사·무위사·송광사 등 18개 사찰이 산림과 인접해, 안전선이 없다시피 한 상태로 확인됐다.
또 조사대상 사찰 대부분이 도난방지시설만 갖추었을 뿐 화재경보기는 설치하지 않아 화재 초동진압이 어려운 실정이었고, 13개 사찰의 경우 소방차 출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15분을 웃돌았다.
시설 노후로 인한 문제도 시정돼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범어사의 경우 소방수 배관시설이 낡아 평상시 잠가두고 있었고, 법주사는 배관 노후화로 누수되는 용수에 대한 요금부담 책임을 둘러싼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마찰로 제한적으로 급수 받는 상황이어서 소방시설이 온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방화림 조성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강화도 전등사의 경우 토착식생은 방화에 유리한 참나무류의 활엽수림이었으나, 근래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수림대가 인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문화부 조사단은 현황조사를 전통사찰에까지 확대실시할 것과 문화재의 특수성에 입각한 초기탐지시설 강화 및 방수총 등의 설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방재매뉴얼 및 행동지침 마련과 관련 제도 개선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제도개선과 관련해서 산지관리법에 방화시설 설치 허용기준을 마련하고, 문화재보호법이나 전통사찰보존법 등에 재난대비에 관한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보보존위원들은 조사단의 대안에 대체로 공감하는 가운데,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흥선 스님(직지사성보박물관장)은 “종단과 스님들이 화재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그 원인을 “화재나 도난 등의 사고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풍토”에서 찾았다. 또 낙산사 동종 복원을 위한 실측자료가 미비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문화재실측자료 축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양모 위원은 큰 사찰에 소방서를 설치할 것을 주장했고,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문화재청 내에 방화전문가가 배치돼 방화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종단의 입장을 경청하기 위해 참석한 문화재청 김상구 서기관(문화재정책과)은 “67개 주요사찰에 대한 방재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며 “11월 15일까지 작업이 완료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