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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 스님이 건넨 <팔상록>은 이 ‘간호사 소녀’를 ‘보각 스님’으로 바꾸어 놓았다.
수락산 석림사 주지로 40여 년간 사찰 중찰불사와 지역포교에 앞장서 온 보각 스님이 자서전 <스님, 바랑 속에 무엇이 들어있습니까?>를 펴냈다. 출가 사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외적인 활동에서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비구니 스님이 자서전을 펴낸 것은 한국 불교계에서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1954년 상인 스님을 은사로 선학원에서 출가한 보각 스님은 효봉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이후 강원도 선방에서 수행 정진하던 스님은 은사 스님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절을 일으켜 세우라”는 뜻을 받들어 59년부터 석림사 주지를 맡게 됐다. 기울어져가는 법당에서 겨울이면 직접 땔감을 구해야 했고 살림도구도 남이 쓰다 버린 것을 주워다 써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러다 여름 장마 때 법당 대들보가 무너져 신도 한 명이 다치는 사고를 겪자 스님은 법당을 헐어 버렸다. 당장 먹고 사는 것도 쉽지 않았던 터라, 마당에 텐트를 치고 살며 안 먹고 안 쓰고 악착같이 시주금을 모아 법당 기둥을 하나씩 세워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힘들 때 마다 ‘후학들이 마음 놓고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절을 일으킨 스님은 석림사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지난 40여 년간의 중창불사 과정을 자서전에 생생히 담아 놓았다. 또한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과 어르신을 돌보기 위해 매일 산더미 같은 빨래를 하고 손수 농사를 지어야 했던 이야기도 눈물겹다.
스님은 “돈 고생, 몸 고생, 마음고생도 심했지만 석림사는 나에게 인욕수행 도량이었다”며 “석림사가 후학들에게 든든한 수행도량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 <스님, 바랑 속에 무엇이 들어있습니까?>(보각 스님 지음, 효림,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