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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차 품평 현황과 문제점
"우리 차 품평 기준 마련하자"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차계에서 ‘품평(品評)’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품평이란 찻잎의 품질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그 결과가 제다 방법과 차의 가격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차문화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차 품평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차 선호도와 제다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앞서 차 품평기준을 마련한 중국이나 일본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차 품평 기준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우리나라 차 품평회 현황


우리 차 알고 먹자. 사진=박재완 기자
우리나라의 차 품평은 일부 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지역 차 축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차에 대한 품질 및 평가 기준을 마련해 공시했으나, ‘찻잎은 고유의 형태와 색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등의 평가 기준이 추상적이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실제 품평에 활용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차 품평대회를 꾸준히 열고 있는 곳으로는 한국차인연합회를 꼽을 수 있다. 한국차인연합회는 1994년부터 매년 5월 25일 ‘차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그 해 국내에서 생산된 차 중 ‘올해의 명차’를 선정하는 품평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또한 차인연합회는 1999년부터 보성차축제 기간 중 ‘국제명차품평대회 한국예선전’을 개최해 국제 품평시장에 선보일 우리 차를 선발하고 있다.

차 축제를 열고 있는 보성군과 하동군 등은 행사기간 중 지역에서 생산된 차를 중심으로 품평을 실시하고 있으며, 1991년 문을 열 전남농업기술원 차시험장과 순천대학교 한국녹차연구소, 한국차생산자연합회 등도 독자적인 관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전국적 규모의 차 품평대회인 ‘대한민국 차 품평대회’가 열려 일반인들에게 차 품평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최근 차 품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차 품평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박재완 기자



▷ 문제점은 무엇인가?


근래 들어 이렇듯 다양한 차 품평 행사가 열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차 품평에 대한 개념과 용어, 기준 등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나 중국의 품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차를 품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혜우전통차제다교육원장 혜우 스님은 “차 품평회가 많이 열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품평회에서 제시한 품평기준이 하나같이 중국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중국차와 우리 전통차와는 엄연히 제다법이 다르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맛과 향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차 품평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된 기준안이 없다보니,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차 품평회가 나름의 기준으로 차를 품평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같은 차라도 품평 심사 기준에 따라 그 등급이 들쭉날쭉 매겨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혜우 스님은 “차 품질의 좋고 나쁨을 떠나 품평대회에서 수상한 차를 제다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 일부 제다업체들의 관행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외국의 차 품평 어떻게 이뤄지나?


차 품평의 목적은 차의 품질을 평가하고 제다 과정을 개선함으로써 우수한 차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차 품평방법은 세계적으로 차 무역이 시작된 18세기 초부터 그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홍차의 주요 소비국인 영국은 1725년 수입 차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으며, 미국은 1883년 국회에서 차엽법(茶葉法)을 제정해 차 수입을 단속했다. 일본은 1879년 ‘차 공진회’란 이름의 품평회 개최를 시작으로 시즈오카현 등 차 주요 생산지를 중심으로 품평방법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1915년부터 수입 차에 대한 단속은 물론 규정된 품질 외의 차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1950년 북경에서 ‘제1차 전국 상품 검사 표준’을 공포해 차엽 검사 표준을 제정하고 전국적 규모의 차 품평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1980년대부터는 국가 차원에서 ‘차엽 이론 분석’ 프로젝트를 주관해 차의 맛과 색, 향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해 오고 있다.

차 품평은 제다방법 및 차의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 우리 실정에 맞는 차 품평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난 6월 17일, 한국차학회는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차 품질평가 방법 현황 및 기준안 설정’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차 품평 현황과 그 문제점을 짚어보고, 우리나라의 기준에 맞는 품평 기준안을 설정해 보자는 시도였다.

이 자리에서 양원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품평대회는 아직 한국 차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품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한국 차의 특성묘사분석용어를 제대로 정립하고 한국 차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하는 차 품평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국제차엽연구소장 정인오 교수(한서대)는 “올바른 차 품평을 위해서는 한국형 전문 품평도구가 많은 연구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전남농업기술원 차 시험장 신기호 연구원은 “숙련되고 전문지식을 갖춘 심사원에 의한 관능검사 결과와 과학적으로 측정된 품질의 특성이 충분히 조화로운 연계를 가질 때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각각 강조했다. 신 연구원은 일본과 대만, 중국의 품평 기준과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품평의 기준을 비교한 후 찻잎의 형태(15%)와 색택(15%) 수색(20%) 향기(20%) 맛(30%)을 평가하는 ‘녹차 관능 평가 기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차학회 신미경 회장은 “학자들마다 ‘단일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다양한 기준으로 품평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는 의견이 팽팽해 기준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우리만의 차 품평 기준안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소모임과 세미나 등을 통해 기준안을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6-27 오후 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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