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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션에서는 ▲중세시대 한국의 여성과 불교경전(황혜숙 교수, 클레어몬트 대학원) ▲한국의 근대신앙 정의(마르씨 미들브룩스, 서울대 종교학 석사) ▲삼성각과 선원: 현대한국 여성불자의 수행과 경험(조승미, 동국대학교 박사과정) ▲한국 역사의 불교, 무속신앙과 여성(김정희 교수,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사회를 변화시키는 여성불자들의 활동(김인숙 불교여성개발원장) 등이 발표됐다.
이날 세션의 첫 발표자인 황혜숙(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 교수는 “13세기 조선시대 신유학파가 성행하던 때 불교와 여성은 모두 억압받는 존재였다”고 전제하고 “이에 한글창제와 함께 유학자들에게 경시됐던 불교경전이 유교전통의 소수자인 여성에 의해 활발히 번역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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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는 “<월인천강지곡> 등 한글로 쓰인 불경을 통해 조선시대 여성들은 당시 유교전통이 강요하는 순종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을 심어줬다”며 “이는 남성들의 권위에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도전이 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씨 미들브룩스(서울대 종교학 석사) 씨는 190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성행했던 기복신앙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대한 영향을 지적했다. 미들브룩스 씨는 시대별로 정의된 기복의 용어정리를 인용하며 “가족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의 기복이 70, 80년대를 거치면서 개인의 소망, 풍요만을 빈다는 뜻으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교 뿐 아니라 한국 종교활동은 여성중심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기복신앙이라고 지칭하면서 부정적으로 평가절하 된 것”이라며 “흔히 ‘치마불교’, ‘보살불교’로 불리는 ‘기복’이 소극적 수행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여성 수행을 고취하지 않는지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조승미 씨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삼성각의 존재와 현대의 선원(또는 선수행처)의 역할을 비교했다. 조 씨는 “두 장소 모두 여성의 불교 수행공간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각각의 역할은 매우 대조적”이라며 “산신, 독성, 칠성이 모셔진 삼성각이 가부장제의 여성으로서 가족의 건강과 소망을 기원하는 장소라면 선원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 자신의 영적, 지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공간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선원 역시 대부분 남성인 스승(비구 스님)을 통해 선수행이 이뤄져 여성은 여전히 남성중심적 방식의 수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요한 것은 여성을 이끄는 선수행 스승이 남자냐 여자냐의 사실이 아니라 탈가부장적 사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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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한국사회의 여성지위 향상에 따른 여성불자들의 역할 또한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개발원은 세미나, 여성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 뿐 아니라 교도소 교화활동, 호주제 폐지 운동 등 사회 각층의 문제에도 활발히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개발원의 존재와 그동안의 사업은 한국여성불자의 새로운 영역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를 꾸준히 확대, 성장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