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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를 한 번이라도 나눠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에릭 마르쿠스의 <자연을 닮은 식사> 를 권한다. 먼저 지은이는 육식중심의 식사가 초래하는 건강의 문제를 예로 들어 채식주의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자들은 기존의 교리나 신념에 의해 자신의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과는 다르다.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채식으로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적정 체중에서 23킬로그램이 더 나가는 루쓰 패이네는 하와이에서 휴가 도중 테리 신타니 박사의 강연을 듣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욕도 물이나 공기와 마찬가지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겁니다.”(P80)
다이어트에 고심한 사람이라면 이 말에 동의를 넘어선 감동을 받을 것이다. 비만은 온갖 성인병의 온상이자 건강의 최대 적이다. 체다 치즈 0.64킬로그램에는 복숭아 7.53킬로그램과 똑같이 2천 5백 칼로리가 들어있다. 자,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분명해진다.
<자연을 닮은 식사>는 건강에서부터 동물윤리, 지구 환경과 기아 문제까지 우리가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를 과학적인 근거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유제품의 실체와 광우병, 보스톤 부부의 안전농장과 돼지와 닭, 소의 사육 문제와 도살장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양심에 기준할 수밖에 없는, 도덕적인 문제이기도 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원래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나 길러지는 가축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육식을 포기해야 한다고? 방방 뛰며 고함지를 이유가 없다.
이 책의 위력은 대단하다. 당장 오늘의 밥상을 반성하게 하고 먹는 행위를 통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더 나아가 육식중심의 현대 문명을 비판하게 만든다. 결국 어떻게 먹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노력이 언제나 질기지 않다는 데 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실천하기가 힘들다는 거, 나쁘다는 건 알겠는데 그 경각심이 금방 사그라든다는 것. 사실상 채식주의는 100% 채식을 하는 완전채식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끼에 육류와 야채의 비율이 80대 20이어도 된다.
채식을 지구 환경의 문제와 생명 전체에 대한 존중, 인류에 대한 책임과 연결시키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인간은 가끔 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고기를 많이 먹도록 설계되지는 않았습니다.” 라는 말을 인정하고 인간이 먹이사슬에서 아래로, 즉 곡식과 채소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자연을 닮은 식사 | 에릭마르쿠스 지음 | 박준식 옮김 | 달팽이 펴냄 | 9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