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자녀와 노부모 중심으로
강의: 최혜경 교수(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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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갑갑한' 이들에게 감로같은 조언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6월 19일 안성 도피안사와 본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구국구세 법회' 8번째 자리에서 최혜경 교수(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는 노부모와 성인자녀가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되짚어 봐야 할 사안들을 환기시키며 불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 신노년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노년층
노년기 삶을 사는 이들이 가장 먼저 주지해야 할 개념은 '노년기 삶의 의미'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심리학자 칼 융의 견해를 들었다. 융에 따르면 서구에서는 자녀들을 혼인시켜 떠나보낸 이후의 삶에서 어떠한 목적을 찾지 못했기에, 자녀들의 혼사를 치른 이후에는 다시 '젊었을 당시의 삶'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동양의 경우 노인 중심의 삶과 문화에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 젊음 중심의 문화로 편입되기보다는 독자적인 삶과 문화를 가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여기'의 한국사회의 노년기 삶과 문화는 어떠할까. 현재 70~80대의 노인들의 경우 대부분 중장년기를 '자식을 위한 가장의 삶'에 희생했다. 이후 물질적으로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려워진 노년기에도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자'하는 바람은 여전하다. 해바라기처럼 자식만을 바라보는 삶, 이것이 현재 70~80대 노인들 삶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지금 노년을 준비하는 50대는 그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자녀를 예전처럼 많이 낳지 않아 자식이 품을 떠난 이후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고,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교육 등 자신의 시간을 운용해야 할 기회도 늘었다. 최 교수는 이를 '신노년문화'라 지칭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숙고와 대비가 결과적으로 부모-자녀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식에 대한 집착 버리고 부모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시대의 변화도 인정하고, 변해야겠다는 당위도 인정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과거 윤리에 젖어온 이들에게 내 생활의 직접적인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최 교수는 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그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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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융합'으로 표현되는 이들 부모-자식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식에게 베풀고 희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자식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기대하는 생각과 태도에서 갈등이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내 생각은 옳고 자녀들은 내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 앞에서 독립된 인격체로 평가받기가 어렵다. 이는 자녀에게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삶의 목표 등을 전가하면서 자녀를 통해서 자신의 성취를 이루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갈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최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자녀와 나를 분리시키고 개별 삶과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가족 중심의 사고'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유교적 윤리의 영향에 따라 가족의 개념이 중시돼 왔다. 세계의 중심이 가족이었기 때문에 부부관계보다는 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관계가 강조됐고, 당연히 효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모만을 위한 자녀, 장남을 위한 동생의 개념은 오히려 지금 여기의 가족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 갈등 없는 노년기 삶의 설계를 위해
자녀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애정이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힘들게 할지라도, 노인들의 노년기 행복감의 척도는 여전히 자식의 행복이었다. 최 교수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년기에 행복감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을 묻는 설문에서 가장 많은 수의 노인들은 "자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자식에 대한 애정은 어쩌면 부모의 어쩔 수 없는 '무조건적 감정'일지 모른다. 문제는 그것을 일방적으로 억눌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절하게 승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최 교수가 강조한 것이 바로 부부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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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노년기 교육 기회의 확대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사회 활동 역시 적극 활용하라고 권했다. 이때 사찰을 중심의 공동체를 통해 법회 활동과 경전 봉독 등의 지적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는 명상을 지속할 경우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함양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밖에도 템플스테이 등을 포함한 여행, 찬불가 등을 배우는 찬불가 배우기 등의 평소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취미 활동에 도전해 보는 것도 역시 노년의 삶에 적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질의응답
▲30~40대가 폭포수에 비유된다면, 50~60대는 바다로 흐르는 강물, 그 이상은 바다로 개념 지을 수 있다. 고기는 폭포수 밑에서 양육될 수 없다. 폭포수 밑에선 새끼를 잉태할 수도 없다. 지식은 넘치나 지혜가 부족한 탓에 자식을 양육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바다에 비유되는 어른들이 많이 계신다. 그런데 왜 자식들을 제대로 양육할 수 없는 것일까?
-> 현재 60~70대 노인들의 경우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충분히 드러내지도 못하고 이용하지도 못하는 듯하다. 그들이 역할자로서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또 그에 따른 행동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인들의 멘토링(후견인) 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삶에서 위기를 맞이했을 때 그들의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가정에서 세대간의 종교 문제도 갈등의 주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종교 문제로 가족 갈등을 경험하는 이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종교적인 가치관이 명확하게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인지, 상황에 따라 문제되는 사안을 탄력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제사를 미풍양속의 한 부분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것 등이 그 예다. 현재로서는 내부적인 타협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