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 발해실에 전시될 발해유물 일부가 6월 16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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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유물은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가 나란히 앉은 모습을 표현한 이불병좌상(二佛竝坐像), 사암으로 만들어진 비석 형태의 불상인 함화사년명불비상(咸和四年銘佛婢像), 석사좌상(石獅子像) 등 23점으로 발해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도쿄대 박물관으로부터 23점 대여 전시
이들 유물은 도쿄대 문학부와의 차용협정 체결을 통해 대여됐는데, 주로 일제강점기에 도쿄대학 고고학연구실이 상경용천부 유적(중국 흑룡강성 영안현)과 동경용원부(훈춘 팔련성) 등지에서 수집·발굴된 것들이다.
발해실은 국내 처음으로 마련되는 발해 유물 상설전시실로, 30여 평 규모며 이번에 반입된 23점을 포함하여 국내외 소장 주요 발해유물 50여 점이 전시된다.
다음은 주요 유물
◇ 이불병좌상(二佛竝坐像, 8∼9세기, 길림성 훈춘시 팔련성 제2사지 출토, 높이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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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장식이 없는 광배에 연꽃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는 연화화생(蓮花化生)의 동자상(童子像) 5구를 돋을새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연화화생상은 이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하면 극락에 간다는 아미타신앙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같은 이불병좌상은 원래 고구려 지역이었던 발해의 중경ㆍ동경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고구려 후기 이래의 불교 전통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계승된 것을 반영한다.
◇ 글씨가 있는 불비상(咸和四年銘佛婢像, A.D. 834, 오하라(大原)미술관 소장, 높이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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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아래에는 함화 4년(834) 발해 허왕부(許王府)의 관리였던 조문휴(趙文休)의 어머니가 모든 불제자들을 위해 조성했다는 내용을 적은 93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발해에 허왕(許王)이 관할하던 관청이 있고, 허왕 위에 황제가 있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새 박물관 발해실에는 복제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 사자(石獅子像, 8∼9세기, 흑룡강성 영안시 상경성 제1궁전지 출토, 높이 37㎝)
건물 기단에 끼워 넣어 장식하였던 것으로, 뒷부분은 벽면에 튼튼하게 끼워질 수 있도록 쐐기 모양으로 길게 깎아내어 고정하기 위한 홈이 파여 있다. 상경성을 비롯한 발해의 도성(都城)에서 몇 개가 출토되었지만 형태와 조각 기법은 모두 같다. 귀밑까지 찢어진 입, 날카로운 이빨, 툭 튀어나온 두 눈, 머리에서 귀 뒷부분까지 이어진 갈퀴 등이 어떤 악귀(惡鬼)도 얼씬하지 못할 용맹스런 사자 모습이다.
◇ 도깨비 기와(鬼面裝飾瓦, 8∼9세기, 흑룡강성 영안시 상경성 출토, 높이 36㎝)
궁전이나 절의 마루부분에 올려 장식했던 기와이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부리부리한 눈, 막 잡아먹을 듯 크게 벌린 입에 날카롭게 튀어나온 송곳니와 길게 내민 혀, 벌름거리는 코 등 어떤 잡귀도 접근하지 못할, 사납고 험상궂은 도깨비 얼굴을 형상화하였다. 여기에 짙푸른 녹색 유약까지 입혀져 더욱 기괴한 인상을 주고 있다.
◇ 기둥 밑 장식(柱礎裝飾, 8∼9세기, 흑룡강성 영안시 상경성 출토)
나무 기둥과 주춧돌이 만나는 부분에 씌워 기둥을 장식하는 한편, 기둥 밑이 썩는 것을 방지하였다. 발해에서 독특하게 발견되는 것으로, 이 유물과 같이 표면에 녹색유약을 바르거나, 연꽃을 장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