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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의식에 앞서 수하는 가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어떠한 형태로 변형돼 왔으며 종단별로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불교복식 전문가 김경숙ㆍ안명숙씨가 최근 발간한 <한국의 가사>(대원사 빛깔있는책들)를 통해 그 궁금증들을 풀어본다.
▽ 삼독을 끊기 위한 가사
우리나라에서는 장삼 위에 가사를 덧대 입는 것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 등 남방불교권에서는 가사 그 자체를 의복으로 착용한다. 불교 발생 당시 수많은 사상적 유파 가운데 불교 교단을 구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가사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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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사는 단순한 의복의 의미를 넘어선다. <관중창립계단도경(關中創立戒壇圖經)>에는 “5조 하의(下衣)는 탐욕스러움을 다스리기 위해, 7조 중의(中衣)는 화가 나서 하는 말을 조심하기 위해, 대의(大衣) 상의는 어리석은 마음을 끊기 위해서 착용한다”고 나타나 있다. 즉, 가사를 수하는 것은 불도를 수행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삼독(三毒)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이는 가사의 소재와도 연관된다. 부처님과 그 제자들은 소가 씹은 옷, 무덤에 버려져 죽은 사람의 옷, 사당에 버린 옷 등 사람들이 입다 버린 헌옷을 가지고 만든 가사인 ‘분소의(糞掃衣)’를 입었다. 이는 의복에서부터 세간적인 욕심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래서 가사의 색깔 역시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사분율> 권16에는 “만일 비구가 새 옷을 얻으면 마땅히 세 가지 종류로 괴색(壞色)해야 한다. 하나하나의 색을 뜻대로 무너뜨려라. 청 혹은 흑, 혹은 목란으로써 아니하고 다른 새옷으로 함은 바일제(파계의 죄명)이니라”고 나타나 있다.
▽ 예불ㆍ설법 등 상황에 따라 입는 가사 달라
율장에 따르면 초기불교 시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은 세 가지 종류의 가사를 입었다. 일상복인 ‘안타회’, 예불 등의 각종 의식에 참여할 때 입는 ‘울다라승’, 법좌에 올라가 설법할 때 착용하는 ‘승가리’ 등이 그것. 그러한 가사를 착용할 때는 왼쪽 어깨에 걸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편단우견’의 형식을 취하기도 했고, 설법을 하거나 위의를 갖출 때는 양쪽 어깨를 전부 감싸는 ‘통견’의 방법을 따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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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은 가사들은 형태상으로 구분된다. 가사의 형태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을 가로로 이어붙인 형태다. 세로로 긴 천의 조각을 ‘조’라고 표현하는데, 이 조의 개수에 따라 가사의 명칭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가사는 5~25조까지 홀수만을 선택해 만든다. 하나의 조에는 길이가 긴 직사각형인 ‘장’과 길이가 짧은 직사각형인 ‘단’이 섞여 있다. 그래서 가사의 무늬는 밭 전(田) 형태를 띄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가사의 형태를 토대로 해서 다양한 문양의 부착물을 붙이기도 하고, 여러 색의 천을 섞어 만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구족계를 받기 이전에 사미승이 입는 통가사처럼 조와 단이 없는 경우도 있다.
▽ 시대에 따라 가사의 형태 변화해
불상이나 불화 등을 통해 확인한 과거의 가사 형태는 시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불교가 처음 전래됐던 삼국시대의 가사에는 밭이랑의 모양이 남아있지 않다. 대신 한 장의 천을 재봉하지 않고 그대로 몸에 걸치거나 늘어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신라의 경우 왕이나 왕비가 사문(沙門)으로써 가사를 입는 경우가 있어 가사가 화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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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에는 가사 밑에 입는 저고리인 편삼, 황색이나 자색 등의 상(裳ㆍ치마), 그리고 가사를 갖추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또한 법계(法階, 승직제도에서의 지위 서열)와 승과 제도가 확립되면서 가사 착용에 있어서도 서열에 따른 차등이 일반화됐다.
조선시대 가사에는 법계에 의한 차별이 별다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치수에 관계없이 단일색 가사의 모습을 보이고, 고려의 수가사에 비해 팔보ㆍ칠보ㆍ포도 등 문양이 발달된 것이 특징이다. 이후 구한말에는 승려의 법계에 따라 대의(大衣) 색을 제정해 색상과 무늬의 유무로 등급을 가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 일제 치하에서는 사찰령에 의해 법계에 따른 의제(衣制) 체제를 갖추게 된다.
▽ 한국 불교 종단에 따라 색, 문양 등의 차이 보여
한국불교는 다른 나라와는 구별되게 가사 불사를 회향하는 가사 점안 의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사의 형태면에서도 매듭으로 된 착장구(着裝具)나 삼족오(三足烏) 문양 등을 사용함으로써 한국화된 가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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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형태에 있어 각 종단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불교 정화 이후 자운ㆍ성철ㆍ고암 스님의 결의로 새로운 가사를 만들었다. 1962년 8월 28일 의제법을 제정해 그간 이어져 내려오던 홍가사 대신 문양이 없는 괴색 가사를 보급하게 됐다.
형태상으로는 5조, 반가사, 대가사로 크게 구분되는데 그 가운데 반가사는 조계종에서 창안한 가사다. 왼쪽에 앞과 뒤를 연결하는 띠를 달아 왼쪽 어깨에 둘러매게 돼 있다. 또한 조계종은 가사가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왼쪽 가슴 위에 고정한 매듭과 고리도 새롭게 만들었으며, 최근 2003년에는 가사의 색을 밝은 갈색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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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태고종은 전통 가사인 조선시대 가사의 소재, 색, 문양 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9조에서 25조까지 있으며, 장엄 방법에 따라 불ㆍ보살ㆍ경전 명호 가사, 옴마니반메훔을 금박으로 찍은 범서 가사, 금사 원단 가사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가사의 색은 주홍색이며 소재는 주로 견을 사용한다. 가사 그 자체가 붓다이므로 그를 최고로 공양한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대한불교천태종의 가사 역시 9조에서 25조까지 있으며, 9조는 6급 법계인 정법승ㆍ13조는 5급 법계인 대덕을 품수해야 착용할 수 있는 가사다. 21조 가사는 2급 법계 종사인 스님이 입는 가사로, 대각국사의 가사를 토대로 했다. 삼족오, 토끼, 금강저, 불ㆍ보살ㆍ경전 등의 문양을 사용하고 법계에 따라 가사의 색을 보라색(9조), 갈색(13조), 주홍색(21조, 25조) 등으로 차별을 둔다.
자료제공=<한국의 가사>(김경숙 안명숙 공저, 대원사 빛깔있는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