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끝낸 들판 논고랑 사이로 오리가 노니는 용설리의 풍광은 단오를 맞아 더욱 푸름을 더했다.
6월 12일 아가손을 맞잡은 새댁부터 일흔을 바라보는 노보살과 십대 청소년들까지 도솔산 도피안사의 법당에 얌전히 앉아 우리시대 가정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구국구세(救國救世)법회의 일곱 번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성 도피안사 주지 송암 스님의 소개로 연단에선 고성혜 박사(49ㆍ서울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본부장)는 이날 ‘노력하는 건강한 부모가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부모와 자녀의 올바른 관계 맺기에 대한 열띤 강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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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사는 “부모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훗날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아이가 성장 후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써 주변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기는 어렵다”고 말해 자녀가 태어나 맨 처음 시작되는 인간관계(가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유교적 전통이 몸에 밴 우라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성장하면서 상하의 관계가 점차 수평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박사는 “완전함을 추구하는 부모는 아이를 망친다”고 주장했다.
자녀에 대한 무관심 못지않게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오히려 아이를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를 부모의 울타리 안에만 가두어 두려는 한국부모들은 자녀를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흔한데, 자녀들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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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부모와 대화하지 않는 이유를 대다수 청소년들은 “언제나 뻔한 얘기만 하는 엄마 아빠와는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는 고 박사는 “부모가 때로는 자식의 감정을 도닥여주고, 때로는 아이의 고민에 대해 어른다운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성장하는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건강한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고 박사는 서울지검에서 비행청소년의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문제청소년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부모의 역할에 미숙한 어른들의 이혼이나 각박한 사회적 환경이 가족의 해체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남의 자식이니까 남의 집안일이라며 무관심하지 않고 이들 문제청소년들을 감싸 안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우리사회의 공통된 책임의식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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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뒤 도피안사 주지 송암 스님은 “강연을 들으면서 자녀를 정말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각자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을 찾으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거울삼아 자신의 마음을 비춰본다면 내가정과 자녀를 어떻게 가꿔 나가야 할 것인지 분명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