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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호스님의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
월호 스님 지음
이치 펴냄/9천8백원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강을 굽어보며, 두 남자는 함께 로프도 매달지 않은 채 점프를 한다. 두 사람은 담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다. 고교 교사인 인우(이병헌 分)는 자신의 반 학생인 현빈(여현수 分)에게서 비록 남자지만 과거 애인이었던 태희(이은주 分)의 모습을 발견한다. 태희는 17년전 인우의 군 입대 전날, 마중 나오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마침내, 과거 인우가 기다리던 용산역에서 현빈은 전생의 여대생이던 태희로 바뀌어 17년만에 재회 한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줄거리다. 대략 영화의 내용은 여기까지인데 최근 월호 스님(국사암 감원)이 펴낸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을 보면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월호 스님에 따르면 영화 ‘번지점프…’를 통해 우리가 불교적 관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육신의 삶과 죽음, 그것보다 더 질긴 것은 바로 ‘마음의 애착’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생에 죽도록 사랑했기 때문에 금생에 비록 몸을 바꿔 동성(同性), 그것도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만났음에도 서로가 이끌리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
스님은 이 책에서 진정한 사랑은 애착과 분명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착이란 결국 윤회의 굴레 속에서 서로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은 자신과 상대방 모두 윤회의 굴레에서 훌훌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 스님은 설명한다. 그러면서 스님은 책 말미에 게송을 덧붙인다. ‘이 몸을 이번 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할꼬?’

이렇듯 <영화로 떠나는…>은 33개의 영화를 일곱 개의 큰 주제로 나눠 불교적인 시각으로 해석해 놓았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의 문제로 시작해 ‘본마음 참나’ 등을 거쳐 ‘마음의 안테나를 세워라’라는 주제로 끝맺고 있다. 선택된 영화들도 주로 흥행했거나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들이어서 자못 흥미롭다.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고 난 뒤 이어지는 지은이의 불교적 해설은 독자들을 넓은 불법의 바다로 이끌어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영화를 소개한 책이라기 보다 영화를 소재로 한 불교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각 편 말미에 있는 ‘달마, 이 영화를 말한다’ 코너는 영화의 주제를 불교적 관점에서 압축한 해석을 곁들여 놓아 신행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영화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공한 것이고, 불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난 뒤 지은이는 생각한다. “인생은 어차피 한바탕 연극이며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멋지게 마치고 가면 그 뿐이다. 다만 유념할 것은 절망 속에서도 얼마든지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희망적 상황에서도 절망의 늪에 잠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통과 기쁨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용하는 만큼 느껴지는 것이다”고.

이외에도 지은이는 남북의 공업(共業)을 풀기 위해 서로 싸우지만 마침내 끈끈한 형제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본마음 참나인 불성자리에서 보면 남북이 있을 수 없으며, 더욱이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은 남북이 없다는 오조대사의 어록을 인용해 설명해 준다. 특히 ‘그냥 뛴다’는 포레스트 검프의 바보같은 대답에서 ‘무심(無心)’의 진리를 들춰내는 부분에선 새삼 지은이의 그 신선한 안목에 고개가 숙여진다. 평범한 느낌으로 봤던 영화들을 지은이가 불교적으로 재해석해 놓은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삶을 성찰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 준다.
김주일 기자 |
2005-06-11 오후 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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