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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개신교가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반대하는 이유는 배아를 생명체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6월 4일 발표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라는 성명문을 통해 배아를 생명체로 규정하며, “배아를 복제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비윤리·반생명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신교 쪽에서도 5월 29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가 황 교수 팀의 연구를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미약한 인간 생명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인간 생체실험이며 ‘살인하지 말라’는 보편적 도덕률을 범한 비윤리적 범죄 행위”라고 비판하는 등, 천주교와 입장을 거의 함께 하고 있다. 이에 앞선 27일 유교를 대표하는 최덕근 성균관장 또한 “황 교수 연구는 자연의 법칙 깨뜨리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지난해 조계종이 발족시킨 ‘불교생명윤리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가 생명조작문제를 논의하고 있어, 보고서가 나오는 연말 이후가 되면 조계종의 공식적인 입장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아는 생명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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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표 전남대 교수(철학과)는 “불교적 관점에서 생명의 시작과 끝을 정할 수 없어, 배아의 어느 단계부터 생명이라 할 것인지 논하는 것은 불교적이지 않다”며 논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또 김종욱 동국대 교수(불교학과)는 “생명이란 기능면에서 접근해야지 실체화해선 안 된다”며 생명의 개념에 선을 그으려는 시도에 대해 경계했다. 김 교수는 “생명체 여부를 가리기 모호한 배아를 문제삼기보다 살아가는 게 무엇인가 하는 더 큰 차원의 문제를 고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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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김성철 동국대 교수(불교학과)는 “불교가 전통적으로 배아를 생명체로 간주한 것은 사실이다”며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생명 훼손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비판하는 그리스도교의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교의 논리에는 뭇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인간중심적 사고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오늘날 생명의 위기는 모든 생명체에 해당하는 문제로 제일 원흉은 인간중심주의”라고 지적하며, “소·돼지 등이 도살장에서 죽어가는 현실에서 ‘세포’의 죽음만을 문제 삼는 것은 ‘뻔뻔스런 호들갑’이다”고 말했다. 생명을 경시하는 인간 중심의 세계를 비판하고,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가운데 배아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대문명사회 전체를 비판하면서 줄기세포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인간중심주의의 편협함을 면하기 어렵다”며 그리스도교의 비판이 갖는 한계를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연구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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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표 교수는 “독을 약에 쓰면 약이 되고, 좋은 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되듯 선·악은 관계 내에서 드러난다고 보는 것이 불교”라며 “연구성과의 활용에 초점을 맞춰, 바르게 사용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김종욱 교수 또한 “황 교수의 연구는 업을 짓고 있는 것”이라며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선의지가 변질되지 않도록 사회적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철 교수는 “배아를 죽이는 악업과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선업의 측면, 양자가 함께 고려돼야 하며 스스로 악업의 과보를 짊어지면서 자비심을 발휘하는 황 교수의 활동은 오히려 숭고한 측면까지도 있다”고 말했다.
신중한 입장정리 필요
생명을 조작하는 것을 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금기시하는 그리스도교와 달리 연기적 관점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불교에 있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단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만큼 불교계는 이 문제에 대해 불교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윤원철 서울대 교수(종교학과)는 “종교와 과학의 두 지식체계는 역할과 위상이 상이하다”고 전제한 뒤 “과학지식에 의해 종교의 권위가 손상되지 않듯, 종교는 과학을 규제하려 들기보다는 조언을 하고 견제하면서 과학과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아(Embryo)
난자와 정자가 만나 이뤄진 수정란이 착상되기 전까지의 단계를 일컫는 말
◇줄기세포
신체의 모든 조직과 기관으로 자라날 수 있는 기본세포. 모든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능세포라 불림. 줄기세포는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주거나 손상된 조직을 재생할 수 있음. 줄기세포를 배아로부터 얻으면 배아줄기세포, 성체로부터 얻으면 성체줄기세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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