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의 조상 땅 찾기 소송이 사찰로까지 번짐에 따라 종단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표적인 친일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해창(李海昌)의 후손 21인은 2004년 1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에 대한불교 조계종 내원암(주지 재문)을 상대로 토지소유권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토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산103-1번지로, 내원암 경내지 전체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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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창은 1910년 당시 공로자로 일제로부터 후작작위와 은사금 16만8,000원을 받았으며, 김희선 의원이 발표한 친일파 명단에도 포함된 인물. 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소송이 1990년대 이후 30여건 이상 진행돼왔지만 국가가 아닌 개인을 상대로 한 것은 드문 일인데다, 사찰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것도 처음이다.
소장(訴狀)에서 이해창의 후손들은 “해당 토지는 원고들의 조부 및 증조부인 이해창이 1917년 10월 사정(査定:조사하여 결정하는 것)받아 소유해왔으며, 이를 상속받은 이덕주가 사망한 1962년 후손들이 공동상속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일제 당시 제작된 <양주군별내면임야조사부(이하 임야조사부)>. <임야조사부>에는 토지의 국·사유 여부와 소유자 및 연고자가 기재돼 있다. 임야조사부에 따르면 청학리 산103번지의 소유자 및 연고자란에 이해창이라는 이름이 기재돼 있다.
내원암 측은 해당 토지가 이해창의 반민족행위 대가로 무상대여 받은 땅으로 소권행사가 부적법하며, 현재 국회에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해창 후손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 2월 최용규 의원 등의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일본정부로부터 훈작을 받거나 을사조약 등의 체결을 주창한 대신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고, 이들로부터 상속하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환수위원회’를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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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암의 본사인 봉선사(제 25교구) 한 관계자는 “항일투쟁 선봉에 섰던 운허 스님의 얼이 서려 있는 이 지역에서 친일파 후손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더 많은 사찰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불교계 전체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락산 내원암은 신라시대 창건된 절로, 조선 숙종 이후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사세를 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내에는 신라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륵석불입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