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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오페라가 만나면 무슨 일이?
전문가들 "오페라는 가장 효과적인 문화포교 수단"

현대불교 자료사진
2004년 연구학기를 맞아 미국 워싱턴 근교의 린치버그대학에서 개인 작곡 발표회를 연 정부기 교수(중앙대). 그는 발표회에서 한국불교음악을 소개해 호평 받았고 불교 오페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들었다. 그래서 불교계 최초의 오페라단 창단을 기획하며 부처님일대기를 담은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불자들에겐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이 여전히 멀고도 생소하다. 불교와 오페라는 조화로운 만남을 꾀할 수 있을지, 과연 만남을 시도한 적이 있긴 했는지 등의 의문만 생길 뿐이다. 하지만 음악 전문가들은 오페라는 한국불교 문화포교에 있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불교와 오페라가 만나면 어떨까?


오페라?

오페라는 ‘가극(歌劇)’으로 번역되지만 단순한 음악극이 아니다. 노래와 춤, 연기를 두루 갖췄으며, 그 가운데 노래가 중심이 되는 종합예술이다.

그렇다면 뮤지컬도 오페라일까? 뮤지컬 역시 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이들 요소들의 쓰임새가 다르다. 노래 중간 중간 대사만으로 연기도 하고 때로는 춤만으로도 극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뮤지컬이다. 그러나 오페라는 “작품 전체가 작곡돼 있다”. 즉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되는 것이다. 대화체 노래 ‘레치타티보’,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하는 독창곡 ‘아리아’, 4~5명의 노래 앙상블, 합창 등이 극의 전개를 담당하고 또한 무대의 중심을 이룬다.


오페라 <동승> 현대불교 자료사진


오페라의 닮은꼴 ‘오페레타’도 있다. 오페라의 한 갈래인 오페레타는 규모와 공연시간 등에서 오페라에 미치지 못하고, 음악의 비중이 적은 반면 연극적인 요소가 오페라보다 강한 편이다. ‘대화체 노래’가 아닌 ‘대사’가 동반되는 것도 오페레타의 특징이다. 뮤지컬이 오페레타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불교 오페라의 더딘 맥박

1948년 ‘라 트라비아타’로 국내 오페라 첫 무대를 마련했던 우리나라의 오페라 역사는 길지 않다. 내용면에서도 서구 오페라를 모방하는 정도에 그치곤 했다. 불교 오페라 역시 한국 오페라의 빈약한 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무대가 기획될 때마다 독특한 주제와 컨텐츠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불교를 소재로 한 오페라의 최초는 1971년 장일남 교수(한양대)에 의해 무대에 오른 ‘원효’.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국내 최초의 창작 오페라 ‘원효’는 원효 스님의 무애자재한 삶을 담아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김자경오페라단(71년)ㆍ국립오페라단(83년)ㆍ글로리아오페라단(95년)에 의해 세 차례 공연된 바 있다.

이후 2000년에는 최초의 한국적 오페라임을 표방한 창작 오페라 ‘직지’가 공연됐다. 금속활자를 고안한 고려인들의 새 문화 창조의지가 박범훈 총장(중앙대)의 곡으로 살아났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소재로 한 점, 전통악기와 서양악기의 혼성 편성에 판소리 등의 고유 창법과 양악창법을 결합시킨 점 등으로 한국적 오페라의 가능성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주경중 감독의 영화 ‘동승’을 오페라로 각색한 ‘동승’이 무대에 올랐다. 이건용 총장(한국예술종합학교)이 대본과 곡을 쓴 오페라 ‘동승’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의 마음을 단막극 형태에 담아낸 작품. 기본적으로 아리아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현악 4중주에 일렉트릭 디지털 피아노 음색을 조화시킨 음악이 돋보였다.

이외에도 정부기 교수는 1999년 ‘아미타불’이라는 오페레타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중생구제와 성불을 위해 48서원을 세워 아미타 부처님이 된 법장 비구의 구도과정을 담고 있다.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대중적인 음률을 가미시켜 일반인들의 인기를 모은 바 있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불교오페라의 가능성

서양음악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불교계가 거듭 오페라를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기 교수는 찬송가의 예를 든다. 개신교에서 찬송가에 쉬지 않고 매달리는 이유는 그것이 마음의 감동을 끊임없이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 감동은 포교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으며, 그것에 있어 찬불가도 예외가 아니다. 정 교수는 “그러한 불교음악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오페라야 말로 가장 완벽한 포교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관현악곡, 교성곡 등과 달리 대사 등의 수단을 통해 ‘설명’을 추가할 수 있는 것도 오페라가 타장르를 넘어설 수 있는 장점이다.

직접적인 포교효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잘 만들어진 오페라’가 지니는 불교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오페라 평론가 김학민씨는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 등의 소재는 한국 오페라계에서 이미 진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무궁무진한 레퍼토리와 함께 정신적인 깊이를 담보하고 있는 불교는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작품의 소재는 물론이고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범패 등의 불교음악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한국적 오페라의 새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능성과 예술성만 믿고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평론가 장일범씨는 “예술적 완성이나 포교효과 등은 관객의 관람이 전제되지 않으면 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5-06-15 오후 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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