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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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구국구세 법회

사회는 변하고 있다. 가치와 규범도 변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든 가장 기초적 공동체인 ‘가족’안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가부장적인 틀로써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일까? 다정한 연인들이 결혼 뒤에는 소원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아져만 가는 이혼율을 해결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 수 있는 구체적 기술로는 무엇이 있을까?
안성 도피안사(주지 송암)와 본사가 공동 주최하는 구국구세대법회 ‘가정의 가치 불교에 묻는다’의 여섯 번째 강사로 나선 정현숙 교수(상명대학교 가정복지학과·e-가족연구소장)를 통해 ‘부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열정적인 관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가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직적인 가치, 즉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혼율이 증가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진 요즘, 부부간의 확고한 믿음과 유대는 성공적인 가정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자식 역시 부부가 만나야 비로소 생긴다는 점에서, ‘부부’라는 수평적 관계가 새로운 가족의 핵심 키워드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가정복지학 중에서도 부부관계가 전공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도 배워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배워본 적조차 없는 것이 바로 ‘가까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이죠.”
정 교수는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부부간의 노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결혼이 가문의 가치를 내세우고 후손을 잇기 위한 ‘관문’ 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아무도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의무감만으로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살아가는데 즐거울 수 있는 배우자를 원하는 추세이다. 자녀를 적게 양육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오롯이 부부 둘이서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난 만큼, 배우자와의 관계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욕구는 이렇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혼은 ‘성역’으로 남아있다. 미혼남녀들은 고작해야 부모세대의 부부관계를 보며 부부의 역할을 배우거나 영화·TV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뿐이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은 다른 방식을 배운 적이 없는 채 ‘그저 결혼하기만 하면 화목한 가정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부부관계를 세우면서 어떤 역할모델을 따라야 할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결혼이란 마치 도자기와 같다”고 말한다. 한번 깨진 도자기에는 물을 담지 못하듯이, 부부관계 역시 회복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 도저히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 부부관계 역시 조심스럽게 노력을 기울이며 닦고 아껴야 하는 것이다. 수백 년이 지난 도자기의 가치가 올라가듯이, 결혼생활 역시 햇수가 지날수록 새로운 관계로 거듭나고 질과 양적으로 더 훌륭한 배우자가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결혼은 자기가 선택한 것이므로 책임을 져야하며, 쌍방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관계라는 점을 부부가 함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성공하는 부부들의 원칙
부부들을 대상으로 돈·자녀·성·가사일·친척관계·여가시간 등 각 항목별로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이혼한 부부와 행복하게 오래 사는 부부들이 느끼는 부부간의 불만 요인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이들을 차이 나게 하는 것일까. 정 교수는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원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 자기 자신을 알라
각 개인이 살면서 갖는 관계를 크게 여섯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부부관계, 자녀와 부모로서의 관계, 일 관계, 친구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등이 그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살면서 맺게 되는 관계들로, 그 중에서 어느 한 영역이 다른 영역보다 더 크거나 작을 수는 있지만 모든 관계를 조화롭게 맺을 때에 보다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부부관계’ 속에 사적인 만남이나 개인적인 관계들이 모두 포괄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터무니없는 기대를 한다.
정 교수는 “그런 기대에서 나온 자기희생적인 태도가 가족과 나 자신을 지치게 한다”고 잘라 말한다. 이를 위해서 정 교수는 나의 취미, 강점, 약점, 등을 파악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유하라고 조언한다. 어머니가 끼니때마다 “나는 불고기 안 좋아하니 너희들이 먹어라”라고 밀어놓으니 자식들은 어머니가 불고기를 좋아하시는지 팔순이 되도록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니 희생하면서 속으로 쌓아놓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꿈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상대방에게 분명히 밝힘으로써 관계를 좋게 이끌어갈 수 있다.
소원해진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해서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는가에 따라 상대방과의 관계 역시 변하기 마련이다.

2. 기꺼이 가족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멀고도 가까운 부부사이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일단,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이나 다른 여건 때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가 어렵다면, ‘시간을 내는 척’이라고 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들고 날 때 인기척이라도 내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강아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강아지들은 한 결 같이 현관문 앞까지 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기 때문이다. 미물인 동물조차 하는 일인데 그토록 소중한 가족에게는 왜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일을 하지 않을까. 하루에 10분도 안 걸리는 인사를 가족 내에서부터 습관화해야 한다. 고3인 아이를 둔 부모들은 “나오지 말고 안에서 공부해라”라고 말하는데, 몇 분도 걸리지 않는 인사를 하느라고 공부가 망쳐질리 없다. 오히려 가족 간의 예절을 가르치고, 모든 관계에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기본바탕이라는 사실을 교육시켜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가족들끼리는 반드시 서로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도록 습관화한다.

3. 함께 공유한다
가정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집이 풍족해도, 부부가 서로 헐뜯고 질시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정의 근본은 바로 서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잘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양보다 질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답은 ‘질만큼이나 양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부모님의 일화를 슬며시 꺼내놓았다. “아버지가 공군이셨어요. 퇴역하고 나서야 두 분이 함께 하는 시간이 겨우 늘어나게 됐는데, 좋아하실 줄 알았던 어머니는 오히려 ‘친구들을 못만난다’ ‘때마다 밥 차려야 한다’며 너무나 답답해 하시더라구요. 그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서 적응을 하실 수가 없었던 것이죠.”
두 분은 치열하게 싸운 뒤 ‘둘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고 한다. 바로 지역 노인복지관에 가서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것. “두 분이 손을 잡고 함께 복지관 다녀와 밤새도록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따져보면 부부이면서도 일이나 자녀돌보기 등에 쫓겨,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다. 주말에 낚시를 혼자 가기 보다는 부부가 함께 취미나 종교활동을 공유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4. 감사와 애정을 표현하라
살면서 감사한 일은 무척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곳에 강의를 나가 “아내나 남편에게 고마운 때를 떠올려 보라”고 물으면 대다수의 부부들은 “아내가(남편이) 용돈 줄 때”라고 말하거나 그나마도 “없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거나 ‘뭐가 고맙지’라고 생각해버리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폭은 훨씬 줄어든다. 고마움도 표현해야 한다. 굳이 고맙다고 말할만한 행위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살아있어서 고맙고, 일을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해보자. 통째로 월급을 가져와서 맡겨준 남편에게, 돈 봉투를 열고 액수를 확인하기 전에 “돈 벌어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뭐 먹고 싶어? 내가 2만원 한도 내에서 물 쓰듯 쓸께!”라고 말하면 금상첨화이다. 서로에게 격려하고, 의식적으로라도 ‘나는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다’라는 말을 하고자 노력한다면 부부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정말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라”라고 주문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기 보다는 자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대신 행복한 부부가 되도록 관계의 초점을 부부에게 맞추라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낯간지럽고 실천하기 어려워도 조금씩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성공적인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희생이 기반이 된 관계가 아니라 ‘나’를 당당히 중심에 놓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2시간 여를 발표한 정 교수는 “‘아는 것은 남의 일이고 깨닫는 것은 나의 일이다’라고 숭산스님이 말씀하셨듯, 가족 사이에서도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질의응답
-동양적인 가치, 혹은 전통적인 가치에서 미덕으로 여겨지던 가부장적 가족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오늘날은 전통적인 가족문화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회로 변화했다. 부처님이 ‘모든 것은 변한다’라고 말씀하셨듯 사회 안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정에 대한 관점만은 변하지 않은 채 현실과의 괴리를 무시하려 한다. 그러나 어른 세대에서는 통하던 관점이 이제는 변했다. 전통적이고 중요한 가치관을 중심으로 해서, 보다 새롭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관계에 종교생활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미국의 유명한 카운셀러 스티븐 코비 박사가 꼽은 ‘건강한 가족의 7가지 특징’ 중에도 역시 종교적인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부부가 같은 종교를 믿으며 종교 활동을 공유하는 것이다. 요즘 사찰에 가보면 청년부, 어린이부, 일반부 등으로 법회를 나눠서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 없어서 안타깝다. 젊은 세대와 윗세대가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단절돼있는 것이다. 부부관계학자로서,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법회가 보다 많이 개설되기를 바란다.

프로필/
정현숙교수는

81년 연세대학교 가정대학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아동학과 가정학석사 과정을 밟았다.
1990년 오하이오 주립대 가족관계 및 인간발달학과 조교수로 재직했다가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 가족상담 교육연구소 연구부 총무이사를 역임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교수로 있으며, e-가족연구소 소장으로 부임 중이다.
저서로는 <이혼과 가족문제><가족학이론><결혼학><결혼완전정복> 등이 있다.
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5-06-18 오후 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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