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 문화 > 출판
방북 계기로 '삼국유사 읽는 호텔'낸 윤후명씨
북녘서 되살려낸 삼국유사

일연 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는 정사가 아니라 야사적인 성격이 강해 일종의 문학 작품처럼 느껴진다. 삼국유사 관련 수많은
윤후명 작가. 사진=고영배 기자.
번역서들이 국내에 출간됐지만 이번에 선보인 윤후명씨(60 ? 사진)의 장편소설 <삼국유사 읽는 호텔>을 접하고 보니 <삼국유사>가 더더욱 문학작품처럼 생각된다.

이 소설은 2003년 10월 분단 이후 육로로는 처음으로 시인 이근배씨 등과 함께 정주영 체육관 개관기념식 참석차 3박4일동안 평양에 다녀온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설은 시종일관 1인칭 ‘나’가 리드해 간다. ‘나’는 대동강이 내려다보이는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 머물며 낮에는 평양 시내와 묘향산 등지를 여행하고 밤에는 호텔로 돌아와 <삼국유사>를 읽는다. ‘나’는 왜 평양까지 가서 <삼국유사>를 읽는 것일까.

윤후명씨. 사진=고영배 기자.
“고교시절 양주동 박사의 ‘신라 향가’ 특강을 듣고 <삼국유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지요. 그래서 국내 최초 삼국유사 번역본인 이병도 박사의 책을 비롯해 40여년동안 삼국유사와 관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읽고 찾아갔습니다. 또 가야의 수로왕과 인도에서 왔다는 허황후의 로맨스가 담긴 옛 가야 땅 김해를 여러 번 답사하기도 했지요.”

이 책에는 주인공이 평양과 북녘에서 바라보고 겪은 풍물과 소회가 현재 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 <삼국유사>를 읽는 시공간은 어느덧 주인공이 30여 년 전 맨 처음 <삼국유사>를 읽고 그 의미를 찾아 지금까지 헤맸던 과거의 시공간을 넘나들게 된다. 여기에 다시 <삼국유사> 고유의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신화적, 역사적 이야기, 즉 고조선과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의 등장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호텔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북한의 민족고전연구소 간행 번역본 <삼국유사>를 읽는데서 시작된다. 이 소설에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교과서를 통해 한번쯤 접해봤을 ‘구지가(龜旨歌)’ 해설이 등장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허황후가 인도에서 배를 타고 와서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 이야기로 흘러간다. 역사책에 나와 있는 빛바랜 설화를 끄집어내 작가 특유의 문학적 감성으로 현대에 맞게 복원하는 묘수가 곳곳에 드러나 읽기 편하다.

윤후명 씨. 사진=고영배 기자.
그리고 ‘나’는 간간히 M이라는 여자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대동강 물소리가 들린다.” M은 한때 ‘나’와 함께 삼국유사의 흔적인 김해와 김수로 왕릉 등을 둘러보던 여자다. 하지만 지금은 헤어져 있다. M에게 띄우는 이메일의 내용은 ‘삼국유사’의 ‘헌화가’처럼 사랑의 고백으로 변주된다. 한편으로 ‘나’는 이상세계를 건설하다 깨지고만 러시아의 모스크바, 쿠바의 아바나를 떠올리며 “평양 그리고 서울은?”하고 자문한다. 그리고 ‘나’는 세상 외딴 끝에서 부서진 나라, 분단된 조국의 실체를 절감하며 그 출구를 찾기 위해 <삼국유사>를 읽고 있는 것이다.

“삼국중 신라와 백제는 남쪽에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원하면 현장을 찾아갈 수 있지만 지금의 북한지역이었던 고구려는 지난 평양 방문 기회가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묘향산 방문은 단군의 발자취를 취재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윤후명 씨. 사진=고영배 기자.
이 소설은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 <삼국유사>와 우리 옛말, 꽃과 식물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인다. 그러나 이렇다 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채 <삼국유사>에 대한 설명과 재해석, 주인공-화자의 개인사에 대한 단편적인 회고, 북쪽 체제의 경직성과 분단 현실에 대한 사유 등이 갈마드는 소설은 에세이적 면모를 강하게 띤다.

일화 하나. 소설속에는 사내로 표현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는 윤씨와 평양방문중 룸메이트였던 양산 효암고 채현국 이사장이다. “채 이사장님이 우리나라 고대사와 역사에 해박한 지식과 관심이 높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도 이번 작품 집필에 큰 동기부여가 됐지요.”

윤후명 씨. 사진=고영배 기자.

윤후명 작가는 지금 또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민족이 속해 있는 알타이어족의 원류를 찾아 취재해 소설 형식을 빌어 단편을 완성중이다. 또 올 10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출품도서로 선정된 그의 책 <돈황의 사랑>을 세계인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할 계획이다.

<삼국유사 읽는 호텔>
윤후명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9천원
김주일 기자 |
2005-06-06 오전 10:5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