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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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ㆍ조화는 건강 장수의 첩경
김재일교수 티베트의학산책

김재일 한국티베트의학원장. 현대불교자료사진.
소화계가 온전하여 소화과정이 원활해야 룽·때빠·왜껜 세 기본에너지의 균형과 7대 체구성성분의 조화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러한 조화를 바탕으로 세 배출기능 역시 원만히 이루어져 몸과 마음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 균형과 조화야말로 건강과 장수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첩경이다. 건강이 없이는 완전한 삶의 향유도 물질적 부의 성취도 나아가 영적 깨달음도 한갓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건강은 전부인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병인을 티베트의학에서는 크게 원인(遠因)과 근인(近因)으로 파악한다. 티베트의서에 만병의 근원은 무지(無智)라 하였다. 마치 새가 제아무리 높게 날아올라도 자기 그림자는 떨쳐버리지 못하듯이 우리 중생도 타고난 무지를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 근본적인 무지로부터 84000가지나 되는 병고(病苦)가 생긴다. 84000가지 병은 1616가지로, 그것은 다시 404가지 질병으로 분류된다.

이 404가지 병 역시 기본에너지의 불균형에 기초하여 다시 101가지 일차 질환으로 압축된다. 한편, 부처님께서는 무지로부터 탐진치 삼독이 생긴다고 하셨다. 불교의 이 탐진치 마음의 삼독을 각기 룽·때빠·왜껜이라는 세 기본에너지와 상관지음으로써 티베트의학의 불교적 세계관과 전인의학적 정체성이 확립된 것이다. 무지와 탐진치 삼독을 장기적으로 만병의 근원적 원인으로 파악한 것이다.

탐(貪)욕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만 더 키우는 소금물과 같다. 욕망에는 끝이 없어 만족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애착 집착 욕심 욕망 갈망 그 모두 탐심이 아닌가.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영원한 행복이란 물질적 안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이 행복이라면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현대 산업사회의 사람들은 벌써 행복의 찬가로 목이 다 쉬어버렸을 것이다.

불교에서는 영원불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일체 무상의 교지를 말한다. 내일 일도 당장 어찌될지 모르면서 먼 미래를 미리 기약하고 걱정하는 것이 어쩌면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공수래공수거! 인연 따라 왔다가 때 되면 언젠가 홀연히 이승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그 같은 믿음으로 해서 티베트인들은 항상 있는 그대로 만족해하며 즐겁게 산다. ‘빚 없으니 부자’라는 순박함이야말로 궁핍 속에서도 티베트인들의 얼굴에 충만한 행복감의 원천일 것이다. 애착은 탐욕을 낳고 그 탐욕이 채워지지 않을 때 안절부절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불면증은 다시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켜 룽의 미세한 흐름을 방해해서 심한 경우 광기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티베트의서에는 탐욕이 붉은 수탉으로 상징되는데 수탉은 동물계에서 성욕이 가장 유별난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진(瞋)은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에 가장 유해한 내부의 적이다.

진, 즉 성냄은 시기 질투 자만 이기심 그리고 ‘난 옳고 넌 그르다’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성난 사람은 일을 자초지종 찬찬히 헤아려 볼 참을성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한꺼번에 다 해치우려는 조급함으로 해서 일을 그르치는 불운과 실패가 잇따른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 탓이라 비난하고 독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며 심지어는 상해와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 화났을 때 마치 화가 우리 몸 중간쯤 간과 담낭 부근에서 오는 느낌을 받는다. 화났을 때 우리는 ‘피가 끓는다’거나 ‘열 받는다’는 말을 자주 쓰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화가 나면 실제 안색이 변하고 체온이 올라가니까 말이다. 화난 상태가 지속되면 열에너지를 교란시켜 때빠 관련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티베트의서에 진의 상징은 초록 뱀이다. 화나려고 할 때는 자신이 불같은 화를 녹여버릴 수 있는 눈 덮인 설산 앞에 서있는 모습을 그려보면 화가 조금 잦아들 것이다. 성난 사람의 잔뜩 일그러진 흉측한 얼굴을 떠올려보는 것도 화를 삭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재일(아주대 교수ㆍ한국티베트의학원장) | |
2005-06-05 오전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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