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埋葬), 화장(火葬)과 납골(納骨), 그 너머 산골(散骨)로….” 장례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매해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넘는 토지가 묘지로 쓰인다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무덤공화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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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납골 장례문화도 최근 구시대적 방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화장장 등 혐오시설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의 반발과 납골묘 납골당이 조성되며 발생하는 환경 파괴, 최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모은 호화 납골묘 문제가 그 원인이다. 현재 납골묘도 2012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납골 장례문화의 대안은 무엇일까? 화장과 납골 장례문화의 빈자리를 메울 유력한 대안은 제3세대 장례 방법인 ‘산골’이다. 특히 화장한 유골을 특정 나무 등 기념물 아래 땅에 묻는 수림장(樹林葬) 등 한국형 산골 장례법이 시선을 끌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보급에 나서면서 수림장 형태의 산골 장례법 제정이 큰 탄력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수림장 도입을 위해 여론을 적극 수렴한다. 보건복지부는 6월 20일 산골제도 도입 등을 위해 ‘장사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정기국회에서 법률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게 수림장 등 산골 장례법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4년 9월 타계한 원로 임학자 김장수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식이 수림장으로 치러지면서부터다. 유골을 강이나 산에 뿌리는 일반 산골과 달리, 수림장은 장례 이후 추모 제사가 가능해 유족의 거부감이 적은데다 납골당 방식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 여기에 자연훼손이 없는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란 것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화장식 장례 문화 발원지인 불교계에서도 최근 수림장을 적극 수용할 태세다. 경북 영천 은해사는 최근 5만평 규모의 소나무 군락지를 수림장터로 조성, 5월 24일부터 일반인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충남 일불사와 경기도 고양 장안사도 추모공원을 조성해 수림장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림장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수림장의 발생지라는 스위스는 현재 전국 26개 주에 55곳의 수림장림을 운영하고 있다. 화장률이 100%에 가까운 일본은 유골을 땅에 묻고 그 위에 꽃과 나무를 심는 수림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림장 희망자 동호인 모임이 만들어지고 일가족 나무를 한군데에 모아 가족 정원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영국은 장미나무 아래 산골을 한 뒤 나무에 고인의 명패를 걸어둔다. 독일 헤센 주 호프가이스마라는 작은 도시에는 40만평의 참나무 숲이 수림장으로 조성됐다.
청와대 김인식 농어촌비서관은 “정부 차원에서도 수림장 실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화재와 수해 등 위험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할 경우 수림장이 미래의 장례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