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고 새 차가 나오기 시작하자 여러 매스컴에서 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보거나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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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차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보통 이 부분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차는 냉한 성질이 있으니 속이 냉한 이들은 체질에 잘 안 맞고 수족이 냉하거나 저혈압인 사람에게는 안 맞는다고 설득력 있게 다가서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차는 냉하지 않습니다.
찻잎의 본래 성질은 냉하나 차로 만들어진 후에는 그 성질이 평(平)해 집니다. 위의 여러 고전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차의 본래 성미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마시는 차로 만들어 졌을 때의 성미가 아닌 것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옛 어른들이 어떤 분들입니까. 요즘 들어 과학적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옛 어른들의 섭생의 지혜는 일일이 예로 들기조차 힘들 정도 입니다. 새로운 약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음식이나 민간요법을 연구하고 새삼스럽게 감탄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우리 옛 어른들은 무엇을 조리하고 만드는 일에서 아주 작은 것조차 소홀히 한 것이 없었습니다.
우리 전통 덖음차의 제다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구증구포(九蒸九曝)입니다. 차 만드는 방법에 있어 구증구포는 지금도 차 만드는 이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은데 그 논란은 뒤로하고 왜 한약재를 만드는 방법이 차 만드는 방법을 두고 말할 때마다 쓰이고 있을까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구증구포는 말 그대로 시루에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생지황을 예를 들면 생지황의 성미는 달고 쓰며 차갑습니다. 이것을 황주를 넣고 시루에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 번 한 것을 숙지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생지황이 성미가 달고 약간 따듯한 것으로 숙지황이 되었습니다.
효능도 생지황은 열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하며 진액을 만들어준다 했는데 숙지황은 생지황과는 달리 진음과 혈액을 보충한다 합니다. 말하자면 각각의 쓰임새가 다른 약재가 되었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런 예로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한방에서는 수치(修治)한다, 포제(曝制)한다 이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열을 가해 약재의 성미를 변화시켜 각기 다른 용도로 처방할 약재로 만드는 방법인 것입니다.
전통 덖음차 만드는 방법이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렇습니다. 먼저 뜨거운 솥에 생엽을 넣고 찻잎이 가지고 있는 제 수분으로 찻잎을 익힙니다. 익힌 찻잎을 멍석에 비벼 식혔다가 다시 뜨거운 솥에 넣어 찻잎의 수분으로 첫 번째와 같이 뜨겁게 덖어 다시 비벼 식히기를 여러 번, 아홉수를 고집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습니다. 이렇게 열을 가해 덖는 것은 바로 여러 약재를 만드는 방법 중에 한 가지 입니다.
전통 덖음차 제다법은 본래 그 약재가 가지고 있는 성미의 변화 시킨 것처럼 차가 가지고 있는 찬 성질을 평(平)하게 만들기 위한 제다법이었던 것입니다. 원래 차가 가지고 있는 냉(冷)한 성질을 변화시켜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차로 만든 것이지요.
하루 빨리 그런 오해에서 벗어나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음껏 우리 차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