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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정말 차가울까?
혜우스님 본지 기고후 차의 성질에 대한 궁금증ㆍ논란일어


“난 체질이 찬 편이라 녹차가 안 맞아.” “손발이 찬 사람은 녹차 마시면 안 좋데.”
‘차는 성질이 차다’ ‘차는 냉(冷)하다’는 말은 차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러나 본지 지난 호(528호 참조)에 혜우 스님(혜우전통차 제다교육원장)이 ‘차는 냉하지 않다’는 주제로 특별 기고한 후, 차의 성질에 대한 궁금증과 논란이 다시금 일고 있다. <다경> <동다송> 등의 다서와 <본초강목> <동의보감> 같은 의학서에서 는 차의 성질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또 실제 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차의 성질은 정말 차가울까? 차의 성질에 대해 제다인과 차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 茶는 차다?


차의 성질이 차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 근거로 다서나 한의서에서 차의 성질을 대체로 ‘고감미한(苦甘微寒)’ 즉, 차는 그 맛이 쓰고 단맛이 있으며 성질은 차다고 설명한다는 점을 든다.
<다경>에서는 “차가 본래 냉하다(茶之爲用味至寒)”고 했고, <동의보감>에는 “차나무의 성질은 조금은 차고 그 맛은 달고 쓰면서 독이 없는 식물이다. 그 성질이 쓰고 차서 기운을 내리게 하고, 체한 음식을 소화시켜 준다”고 적혀 있다. 또한 <본초강목>에는 “차는 그 맛이 쓰고 달며, 성질은 차고 음(陰) 중의 음으로 가장 열을 잘 내린다. … 열은 한기에 의해 내리므로 따뜻하게 마시면 차는 열기를 빌려 열을 발산시켜 준다”는 구절이 있으며 <본초목부>에서도 “차의 성미는 약간 차가우나 독은 없다”고 전한다.

또한 차를 음양(陰陽)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탕액본초>에서는 차를 ‘음 중의 양(陰中之陽)’이라 말하고 있다. “차의 쓴맛이 기(氣)를 내리는 것은 음이지만, 그 맛이 엷기(薄) 때문에 어디든 잘 통하므로 양(陽)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명대 의학서인 <본초회편>에서도 “차를 채취하는 가장 적당한 시기가 싹이 날 때이므로 봄의 상승 기운을 바로 받아 비록 그 맛은 쓰지만 기는 엷어 음 중의 양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문헌들을 근거로 한의학자들은 차가 속이 냉한 사람이나 손발이 찬 사람, 저혈압인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차를 공복에 마시면 차의 성질이 폐에 들어가 비위(脾胃)를 차게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너무 뜨거운 차는 인후와 식도, 위를 자극하므로 56℃ 이하로 낮추어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 찻잎은 차다, 그러나 차는 평(平)하다?


그러나 혜우 스님은 “찻잎의 본래 성질은 냉하나 차로 만들어진 후에는 그 성질이 평(平)해 진다”고 주장한다. 한의학에서 생지황을 쪄서 숙지황으로 만들거나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어 본래의 성미를 변화시키는 것과 같이, 찻잎도 뜨거운 솥에서 덖고 식히기를 반복하는 제다 과정을 거치며 그 성미가 바뀐다는 것이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역시 “차 자체는 냉한 성질이 있지만, 제다 과정을 거치며 중화(中和)된다”고 말한다. 차의 냉기를 중화시키고, 그것이 몸에 적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다의 최대 관건이며, 냉한 기운을 없애면서도 담박, 소쇄한 맛을 내기 위해 350~400℃의 고온에서 살청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박 소장은 “제다를 통해 차의 냉기가 100% 극복되는 것은 아니므로, 차를 뜨겁게 마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과 30~4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의 음다법은 열탕(熱湯)이었으며, 이는 차의 냉기를 중화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차인들은 차를 80℃나 그 이하의 온도에서 우릴 것을 권하고 있는데, 이는 차의 냉한 기운을 중화시키지 못하는 음다법입니다.”


▷ 차다=속이 쓰리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차=냉한 음료’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차의 성질이 차다’는 말과 ‘차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는 것을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차는 소화를 돕고 지방을 제거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위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소가 있는데, 찻잎 중의 디오필린이란 성분이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다량의 위산을 분비하게 함으로 빈속에 차를 마셨을 때 속이 쓰린 느낌을 받게 된다. 이에 더해 박동춘 소장은 “제다 과정에서 살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찻잎의 독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차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고 말한다.
도원석한의원 도원석 원장(前 한서대 한방병원장)은 “일부 한의학자들이 차가 냉한 음식이므로 몸이 냉한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아직 과학적인 연구 검토가 이루어 지지 않은 사항이므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도 원장은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차의 성질에 대한 논란이 많지 않은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만 문제시 되는 것은 일부 매스컴이 이를 정설처럼 받아들이고 확산하기 때문”이라며 “차의 성질에 대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5-06-10 오전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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