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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ㆍ성열 스님 등과 함께 읽는 경전 어때요?
<선가귀감>, <금강경>, <핵심 대반야경-600권을 한 권으로>


자신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찾아가는 길에 등불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선지식과 양서(良書)일 것이다.

최근 <금강경>과 <반야경> <선가귀감> 등 수행의 길과 방법을 제시해주는 대표적인 경전들을 새롭게 번역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경전’이라고 하면 어려운 한자투성이의 책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스님들이 한 번 곱씹어 풀어주는 해설서를 읽다보면 경전을 읽는 것이 그리 어렵고 힘든 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동산 선사의 제자로 현재 지리산 황매암에서 수행정진 중인 일장 스님이 <선가귀감>의 ‘언해본’과 ‘한문 교재본’을 엮어 펴낸 책이 눈에 띈다. <선가귀감>은 조선 중기의 고승 휴정 스님이 후학들에게 수행의 길을 제시하기 위해 50여 종류의 경론과 조사 어록에서 요점만을 간추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선가귀감>은 교학과 선수행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는 일장 스님은 “여러 가지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이번 책은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한다.

<선가귀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해설과 부휴 선사(1543∼1615) 언해본을 현대문 문체에 맞게 풀어 실었고, 뒤편에는 교재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묘향사판 한문본을 가로쓰기 체제로 편집했다. 한문 교재본 중간에 실린 주해(註解)는 스승인 동산 스님이 손수 기록해 놓은 것을 다시 정리한 것. 부록으로는 화두선의 방법과 지침을 일러주는 <선종결의집>을 번역해 덧붙였다.

성열 스님(서울 강남포교원장)은 <금강경>을 해설했다. 스님은 불자들 사이에 널리 읽히고 있는 한역본이 아닌 592년 달마급다가 번역한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저본(底本)으로 삼았다. 30여년간 한역 <금강경>을 읽고 강설하며 느꼈던 미진한 점을 ‘원전’인 산스크리트본을 읽으며 참뜻을 새겼던 경험을 책으로 풀어낸 것이다.

달마급다 번역본은 그동안 산스크리트어의 배열 순서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를 옮겨 놓아 한문문법으로는 그 뜻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의 통용되지 않았다. 성열 스님은 오히려 이 달마급다 번역본이 산스크리트어 번역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흔히 ‘직본(直本)’이라 불리는 달마급다의 번역본은 한문문법을 무시한 채 번역어를 늘어놓았는데, 이를 통해 산스트리트어 원문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책에서는 <금강경> 성립의 역사적 배경과 등장인물, 논증방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책 서두에 놓았고 산스크리트어 표기용례와 원문, 한글 풀이, 단어해석과 문법해설 등을 덧붙였다. 산스크리트 문법책을 읽어가며 단어 하나를 이해하는 데 며칠씩 걸리는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물이라 일반인들에게 쉽게 읽히진 않지만 한역본과는 다른 시각에서 <금강경>의 가르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600권을 한 권으로’란 부제가 붙은 <핵심 대반야경>은 대승불교의 기본경전인 <반야바라밀다경>의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해 놓은 책이다. <반야바라밀다경>은 부처님이 16회에 걸쳐 법문한 내용을 기록한 책으로, <금강경>이나 <반야심경> 등이 포함된 460여 만자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옮긴 남산 스님은 신학대를 나와 중국 남경 중의대학에서 기공학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스리랑카 국립승가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6-02 오전 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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